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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Nov 14. 2021

햇빛이 무지개가 되기 위해서는

《프리즘_손원평》을 읽고 나서

사람은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사회라는 거대한 집단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확인함과 동시에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관계를 통해 알아가는 만큼, 이 과정은 관계의 형성과 가까워짐 뿐 아니라 소멸과 멀어짐도 필요로 한다. 쇠를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담금질을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때 관계의 시작으로부터 태동되는 긍정적 감정이 있는 반면, 관계의 끝에서부터 나오는 부정적 감정이 있다. 이 두 가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야 자신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관계를 만들기만 한다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관계의 끝을 바라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을 찾아가기란 결론만 좋아 보일 뿐, 그 사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고 무섭기까지 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은 여러 계절을 거치며 관계의 시작과 끝을 경험한다. 사랑의 아픔을 새로운 사랑으로 덮으려는 예진, 누구든 쉽게 마음속으로 들이지 않으려는 도원, 관계의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재인,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며 점점 안으로 웅크리는 호계. 너무 다르게 살아온 4명의 인물은 '사랑'이라는 형태의 강력하고, 그렇기에 위험한 관계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만족하는 듯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과 감정으로 균열이 생겨나고, 그 끝에 고통과 후회를 경험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달아가고, 자기 자신에 믿음을 가지는 사람으로 변한다. '사랑'이라는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시작한 예진, 인간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다짐한 재인, 자기 자신의 감정과 표현하는 것에 솔직해지기로 한 호계.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자신보다는 조금 더 다채로운 사람이 되려고 한다. 마치 단색광이 '프리즘'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무지개로 변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다른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을까

......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을 곁들인 이 책은 일반적인 사랑이 담긴 책과 다르게 잔잔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인물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묘사하고 주변 환경의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담아내며 천천히 이야기를 진행한다. 1년 반 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사건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편안하게 읽기에 좋았다. 다만 4명의 관점을 교차하며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일순간의 인물의 감정에는 몰입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리고 한 번에 읽지 않거나 집중해서 읽은 게 아니라면 인물들의 사건과 감정을 혼동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 아닌 단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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