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남편이 어디있어? (1)

by 계속계속

"나 같은 남편이 어디있어?"

그는 스스로를 다른 남편들에 비해 가정적인 면모가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누군가가 남편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고슴도치, 피해도 안주고 싶어하고, 피해도 안받고 싶어해, 건들면 날카로워지지"


이런 그에게 집안일을 대체적으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집 밖에서 보는 남편의 모습은 대부분 매우 가정적인 현대적 남편상이다.

결정적 이유는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내일 할 수 있다면 그는 소위 말하는 '칼퇴'를 시전하는 직장인이다.


그의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매우 껄끄러운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정말, 우리는 동등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게 맞아?



몸이 힘든 날 나는 늘 외쳤다.

"내가 하는 집안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


남편은 둘 다 최선을 다해서 많이 하고 있으니 둘 모두 힘들다고 혼자만 힘든게 아니라고 늘상 답을 전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입니다.


난 언제나 억울했다. 답답하고 분했다.

남편의 생각에,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더...

내가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나의 생각이 맞다는 사실에 끝까지 남편의 동의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늘 싸움이 커졌다.

정말 끝까지 내가 이기고 싶었다.


어릴 때 나무 바닥이었던 교실을 청소하다가 가느다란 가시가 손에 박혀 있는 것 같은데, 찾을 수 없을 때

그 아리하고 뭉특한 통증, 통증은 있으나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기분,

딱 그 마음으로 분했다.


어느날,

한 단어를 보고 모든 억울함이 풀렸다.

'기획 노동'

난 우리 가정의 기획노동자였다.


벼르고 벼르던 집안일을 시각화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남편에게 공유하러 갈 예정이다.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노란색 - 나 초록색- 그 분홍색-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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