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이 신문으로 싼 선물 >
봄이 금방 올 것 같았는데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아침 대용으로 드리는 식곡차를 다른 날보다 더 따뜻하게 준비해 드렸다.
어르신들께 식고차를 다 드리고 식당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최 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어르신이 이걸 주시네, 선생님~“
최 선생님은 신문지로 이쁘게 포장된 물건 하나를 나에게 보여주셨다.
너무 예쁘게 포장이 되어서 있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 선물이 김인가? 상추인가?”
최 선생님과 나는 리본 모양인 흰색 노끈을 풀고 선물을 포장한 신문지를 조심히 뜯어 보았다.
근데 그 순간.
최 선생님과 나는 너무 큰소리 웃어 버렸다. 정말 빵~ 하고 터져 버렸다.
노란색 과자 봉지 '죠리퐁'!!
○○○어르신께서 최 선생님 손에 이것을 조심히 올려주셨다고 했다.
"선생님들끼리 잘 먹어. 내가 귀하게 준비한 거야."
최 선생님은 선물이 가벼워서 매번 주시던 상추였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선생님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계속 웃어 버렸다.
정말 어르신이 신문지 포장을 너무 잘하셨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르신은 어떤 사연이 있어서 포장을 그렇게도 정교하게 하셨을까?
어르신에게 죠리퐁은 무엇이기에 그렇게 소중하게 포장을 해서 센터로 가져오신 것일까? 선생님들이 얼마나 소중했으면 신문지로 싸고 또 싸서 주시는 것일까?
○○○어르신은 치매가 좀 있으시고, 평소에 화가 많고 짜증을 많이 내신다.
그러다가도 음악 중에 특히 민요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신다. 그때 얼굴은 너무나도 환하게 웃으시면서 신나 하신다. 가끔 뒤로 넘어 질실까 봐 선생님들이 뒤에서 등을 받치고 서 있다. 힘이 없어 뒤로 넘어질지도 모르는데 민요가 나오면 정말 덩실덩실 춤을 추신다. 민요가 왜 그렇게 좋으실까?
나는 ○○○어르신의 가정환경, 자녀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다.
하지만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지난 세월에 가장 강렬했던 기억과 감정만이 가득한 상태[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고재욱]라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센터의 어르신들을 보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다.
나는 ○○○어르신이 평소에 화와 짜증이 많으신 것과 그날 신문지로 죠리퐁을 정결하게 포장하신 것보다 춤을 추실 때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어르신은 어떤 삶을 사셨을까?
혹시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도 없이 먹고 사는 문제로 안타까운 삶을 사신 것은 아닐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화로 표현하는 것 같다. 모든 말투가 화를 내시는 것 같지만, 우리 선생님들을 챙겨주시는 분은 ◯◯◯어르신이다.
죠리퐁 얘기와 ◯◯◯어르신에 대해서 13살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더니 이렇게 말을 한다.
“엄마, 지금이라도 엄마가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보내.
엄마 나 아기 때 엄마 힘들다고 나한테 화를 많이 냈잖아. 할머니 되어서 또 그렇게 화를 내면 나 무서울 것 같아.
지금 좋아하는 일 많이 해. 엄마”
아들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엄마라는 역할에 전혀 준비가 안되었을 때.
아이는 콕 하고 집어낸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데 아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줄 안다. 나도 여기저기에서 배우며 아파하며 너를 키웠다고 아니 아직 키우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어르신은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못 하셨을까?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감사하다. 민요 나올때 좋아하시는 춤을 추시니깐. 그때만이라도 웃고 행복하시다면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나의 노년은 어떤 노년일까?
그저 시간이 흘러 맞이하는 노년이 아니라 준비된 노년이길 바란다.
그래서 아들이 나를 밝고, 행복했던 엄마로 기억하길 기도한다.
죠리퐁이 너무 인상 깊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인데 ○○○어르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좋아하는 춤도 많이 추시고, 웃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