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by 우선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말 한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다' 말에 관해 상반된 견해인 두 속담이다.

말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판단이 어렵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말은 해야 맛'이라는 속담이 옳은 것도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문제가 생기던 문제가 해결되던 말을 해야 문제를 알 수 있고 인생이란 결국 이런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아무 일도 없는 삶이란 죽음이나 다를 바 없다. 문제는 풀 수 있어야 문제이다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삶이라면 보람보다는 고달프기 짝이 없는 의미 없는 삶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명쾌하게 풀 수 있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들에 그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가는 과정이 삶이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말하기는 어렵다.

매듭을 풀려다 더 엉켜들 수도 있고 엉킨 매듭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다. 자꾸 엉켜들어가는 매듭의 경우 수렁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빠져 들어가지만 쉽게 풀리는 매듭은 재미지고 성취동기가 높아진다. 엉켜들어 갈 때는 잠시 쉬고 관망해 볼 일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풀리는 참신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만 오히려 술술 풀릴 때를 경계해야 한다. 풀리는 재미에 빠져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잘 풀린 실들이 쌓이다 보면 저희끼리 서로 엉켜들 수 있고 처치 곤란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잊기 쉬운 말이다. 내가 한 성공은 오직 내 노력이고 다른 사람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오만에 빠지기 쉽고 오만과 독선은 실패보다 빠져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을뿐더러 주변에 부축이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성공이 좋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주변에 옳은 말을 해주는 사람보다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오만과 독선에 빠지다 보면 그런 말들에 현혹되기 마련이다. 듣기 싫은 말은 더 듣기 싫어진다 .


엉킬 때 잠시 관망하는 일도, 잘 풀릴 때 오만에 빠지지 않는 일도 쉽지는 않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의 중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아닐까?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였으니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이 있기도 하다. 일어나는 일에 대한 반응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 다반사이다. 문제는 대부분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

하는 유행가 가사도 있다. 자신도 자신을 정확하게 모르는 게 사람이다. 변할 수 있는 속성 때문이다. 맛있게 먹던 음식이 싫어질 경우도 있고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가 짜증스러워질 때도 있기 마련이다. 사람의 기억력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의 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고 대부분 뭉뚱그려 평준화된 반응만을 기억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의 경우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조심스레 의사 타진을 하지만 가까운 사람은 알고 있는 선입관을 적용해 버리고 마니 그 순간에 겪고 있는 변화를 간과해버리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심해 보이는 것이다.

무심코 막내에게는 막내의 역할을, 맏이에게는 맏이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세상도 변하고 그들도 변해 있다는 걸 잊고 있는 것이다. 업어 키운 막내에게 업혀야 하는 순간인 걸 모르고 있고 업힌 기억은 잠시, 업을 때의 고통은 길게 남아 있을 수 있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하고 물어봐야 한다 . 업힌 자세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업었을 때 고통을 감수한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넘기다 보면 골이 깊어지고 말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하게 된다

잘은 모르지만 박수홍 님의 케이스도 비슷하지 않을까? 형이라고 믿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형은 형대로 동생이라고 믿고 이전처럼 행동해 왔을 것이다. 도가 넘기는 했지만 관습처럼 행해지는 일들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 . 관심을 가지고 질문해야 했다. 들어오고 나가는 걸 잘 알고 있더라도

"얼마 벌었어? 어떻게 썼어?"관심을 표시해야 했고 당연한 지출이라 여겨져도

"이렇게 쓰고 있고 어떻게 사용하면 좋겠냐?"라는 질문을 했어야 한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어졌을 때는 가까웠던 만큼 더 큰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처음부터 나쁜 의도는 없었으리라 본다


서로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가까운 만큼 더 많이 살피고 더 많이 물어야 한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고맙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로 일기를 시작하던 셋째 고모님의 가르침이 사무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하던 노랫말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경지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안다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진배 없을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해야 한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고맙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


90세 부모가 70세 자식에게 "얘야, 차 조심해라" 하는 부질없는 말 같아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끝까지 할 수 없는 말이 되고 만다 .

"해 보기는 했어?"

정주영 회장님 말씀이시다. 해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으니 너무 늦지 않게 말해야 한다

생전에 자장면 한 그릇 못 드신 어머님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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