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숙 5, 세윤 씨를 지켜보다
쇼트 커트 머리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늘씬한 세윤 씨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놀라 웠고
야밤 도주하여 젖먹이 아이들과 찜질방에서 생활해야 했었다는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남편의 병간호가 힘겹기는 했지만 태순 씨는 온실 속의 화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실을 박차고 나왔으니 이젠 바깥세상의 풍파를 견뎌야 한다는 각오가 새로워졌다
일 년 만에 아이들을 편하게 누일 수 있는 전세방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세윤 씨의 경험담은 눈물겨웠다
세윤 씨는고향에서 야반도주를 했으니 낯선 서울에 어느 사람 하나 없는 처지였다
고향에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팔아야 아이들이 분유값을 벌 수 있다는 일념뿐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조차도 그녀에게는 사치였다
가능한 많은 통화를 하고 고객을 한 사람이라도 만드는 일을 해야 했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그녀는 일분 일 초도 전화기를 놓지 않았다
옆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쓸 시간도 없었지만
세윤 씨 뜻대로 모든 사람들이 세윤 씨 전화를 받아주고 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첫마디에 끊기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절망하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그녀는 전화기에 매달렸지만
고객을 만드는 일은 멀기만 했다
세윤 씨 소식을 듣고 찜질방으로 찾아온 언니도 손사래 먼저 쳤다
"나 돈 없어, 늬 형부 몰래 너한테 만들어준 돈 갚느라 정신없다 "
아이들 분유값을 내놓으면서도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이었다
"응, 언니 우리 회사에서도 연고영업은 권하지 않아,
꼭 필요한 사람한테 팔아야지 인정상 구입하면 귀하지 않잖아
다른 사람은 잘 파는데 나는 아직 실적이 없네 뭔가 잘못하고 있나 봐,
언니 한번 들어 볼래?
뭐가 부족한지 얘기해줘"
세윤 씨는 언니 앞에서 교육받은 모든 역량을 발휘해 상품설명을 했다
흥분해서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것을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세윤 씨처럼 흥분한 언니가 말했다
"그렇게 좋은 거니?
보험들은 거 대출받으면 약간 돈 마련할 수 있어, 나한테 꼭 필요할 것 같은데"
첫 계약이었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부서장이 제일 반가워했다
"세윤 씨 지켜보면서 노력한 만큼 성과가 없어 지칠까 봐 걱정하던 참이었어요
연고영업을 권하려던 참이었는데 세윤 씨 성격을 알고 있어 차마 말 못했었지요
영업에는 자신감이 필요하거든요
세윤 씨 이제부터 승승장구할 겁니다
그동안 쌓아 놓은 실력에 성공 경험까지 했으니 계약이 봇물 터질듯할걸요 "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계약이 쏟아졌다
여태까지 망설이던 고객들이 세윤 씨의 자신 있는 태도를 보고는 쉽게 결정을 하는 것이었다
" 자신감이 최고의 무기입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당당한 외모만큼 그녀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깊어 보였다
마음속에 갈등을 겪고 있는 태숙씨에게도 거침없는 일침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던 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