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37

50년 생 문정희 1

by 우선열

"믿으세요, 믿으셔야 합니다"

확신에 찬 어조로 말문을 여는 그녀이다.

작고 다부진 체격에 큰 목소리를 내는 까닭에

또래의 사람들 보다 건강해 보이지만 그녀는 어릴적 부터 병약했고

지금도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시시때때 한 웅큼싹 약을 입안에 털어 넣어야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녀의 강인한 모습만 보고 있다.

머리에 쓴 가발부터 옷매무새, 얼굴 화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건강에 컨셉을 맞춰 꾸미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항상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안에는

그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도구가 들어 있다.


치료약은 기본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각종 보조 식품은 물론

짜투리 시간이 생기면 어디서든 운동 할 수 있게 갈아 신을 수 있는 운동화에

춥거니 덥거나 체온 조절을 할 수 있는 가벼운 옷가지

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간식거리

밖에서 식사를 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주먹밥 처럼 뭉친 한웅큼의 잡곡밥까지

마치 화수분처럼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건강을 위한 눈물겨운 그녀의 투쟁이 보이는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그녀이다

어머니는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병약한 그녀를 몹시 안쓰러워 하셨다

전후 가난한 시절이니 먹을 것 입을 것 어느 하나 만만하지는 않았다

아끼고 나누고 고쳐 쓰고 절약이 몸에 밴 시절이었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만은 관대하셨다

무엇이든 그녀가 원하는 것은 우선순위였다

"우리 공주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가 그녀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어머님의 각별한 비호를 받으니 형제들도

그녀에게는 특별한 관심과 보호를 베풀었다

언니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 무난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으니

형제들 간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고 은연중 시샘을 받기도 했다

남 못지 않은 화려한 대학시절 동안 좋은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모습을 좋아한 동급생과 무난하게 결혼식을 치루고

교사발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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