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의 거울

by 우선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여자들이 혼자 거울을 보면서 자문자답할 때 대부분 여자들은 "나"라고 대답한다. 특별히 오만하거나 분수를 몰라서라기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한 친근감 때문이다. 늘 보던 얼굴이니 눈에 익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 남자들이 어머니 닮은 여성상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자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미를 평가했다면 세상은 좀 더 염세적이 되었거나 절망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익숙한 것을 아름답게 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절대적은 아니다. 좀 더 예뻐지고 싶은 노력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끝나지 않은 생존 경쟁과 같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이 온갖 치장으로 암컷을 유혹하듯이 미를 향한 여성들의 역사는 눈물겹다는 표현을 무색하게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Cm만 높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는 말도 있다.

벌 나비는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니지만 꽃은 저마다 아름답다. 어떤 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어느 꽃이 제일 예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꽃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끊임없이 화장을 하는 이유이다. 미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1,2,3,4, 순위가 매겨져 있다면 더 이상 치장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제 눈에 안경이다, 저마다 미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키메라처럼 화려한 분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들꽃처럼 수수한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기도 한다. 저마다 가장 아름답다. 여자들의 마음속에 백설 공주의 거울이 하나씩 있어 아름다운 세상이다.

"네가 제일 예뻐" 남자들의 이 한마디에 대부분 여자들은 일생을 걸기도 한다. 새침하고 단정한 아가씨들이 이런 말에 낚이는 순간 후안무치하고 뻔뻔한 아줌마가 된다. 나 말고 세상에서 너를 가장 예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세상을 다 얻은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다. 세월이 흐르고 문명이 발달하니 사람들의 사고도 변하기는 한다, '네가 제일 예뻐' 하는 소리에 넘어가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남자들이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치장해야 한다. 거리에 나가보면 여자처럼 화장한 남자들도 많고 단순했던 남성복들이 화려해지고 있다. 음식 솜씨를 뽐내는 남자들도 많다. 백설 공주의 거울이 이제 더 이상 여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남자들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 하나쯤 챙겨야 하는 세상이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은 거울을 통해서 뿐이다. 자주 보아서 익숙해지고 미의 기준이 자신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해도 탓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더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백설 공주의 거울이 여자의 전유물만은 아닌 세상이 되었다. 백설 공주의 거울은 세월도 비껴간다. 백세시대, 나이는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 91세 여유재순 할머니는 86세에 아이패드로 그림 공부를 시작하여 화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고 105세 김형석 교수는 아직도 현역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씩 백설 공주의 거울을 챙겨야 하는 세상이다. '네가 제일 예뻐'가 아니라 '내가 제일 예쁜 세상', 다소 오만해도 괜찮다. 백설공주의 거울은 마음속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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