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생 문정희2
병약한 그녀에게 시어머니 또한 극진한 애정을 쏟아 주셨다
아들딸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그녀는
그야말로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시집살이를 할 수 있었다
두 살 터울인 시누이가 아이를 낳았을 때도 시어머니는 딸의 상관을 포기하고
며느리의 살림을 돌보아주셨다
토목 일을 하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살았지만
주말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으니 탓할 일도 아니었다
첫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그녀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처럼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백약이 무효였고 원인을 알지 못했다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지겨웠고 약을 심키는 일이 무엇보다 싫었다
가족들이 서서히 지쳐갈 무렵 그녀는 용단을 내렸다
더 이상 가족을 힘들게 하기 싫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내려가 자연치료를 할 요량이었다
그녀의 확고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가족은 없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들도 별 거부감이 있을 리 없었다
아픈 엄마가 빨리 나을 수 있다는 말에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공기 좋은 곳의 기도원을 찾았다
자연식과 기도로 안정을 찾아가며 꾸준한 운동도 병행해 가니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는 듯도 했다
간절한 기도는 신앙심으로 이어져 목사 안수를 받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건강한 몸으로 집을 찾은 감격은 잠시였다
오랜 기간을 잘 버텨주던 남편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일벌레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불쌍하다며
자신도 즐길 권리가 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자신의 단 하나 취미인 골프를 마음껏 칠 수 있도록
그즈음 가장 핫한 골프회원권 구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남편을 인정하지만
오랜 그녀의 투병과 자식들 양육비, 시부모님까지 모신 가정경제는
그리 튼튼한 편은 아니었다
근근이 장만한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남편의 간절한 소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집을 팔아 남편의 골프회원권을 사주고
그녀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닥치는 대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식당 종업원에서 오피스텔 분양 현장의 직원, 초등생 학원 교사, 피아노 교사,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기회가 되는대로 파고들었다
시장 안의 가게 3개를 한꺼번에 운영하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었고 바쁜 만큼 경제적 여유도 생겼다
작은 가게와 오피스텔, 아파트 각 한 채씩을 마련하여
돈 굴러가는 재미에 심신이 피곤한 것도 잊었다
주변에 여러 가지 재테크 상품을 권하는 사람들도 들끓었다
동네 부동산에서 그녀는 귀가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되었다
가게와 자질구레한 부동산을 팔면 월세가 나오는 작은 빌딩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월세를 받으면 한 달 생활비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동네 부동산의 진두지휘로 건물주가 될 꿈에 부풀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지 않는가
밤 잠 줄이며 가게 운영에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고정수입이 저절로 생겨나온다는 것이다
여유시간과 돈이 생기면
그녀는 자기처럼 병약한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해 볼 계획도 새웠다
종교적 기반을 가지고 작은 쉼터라도 마련하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계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시장에 가는 아가씨처럼 꿈에 부풀었다
계란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가 어미 닭이 되어 계란을 낳고
다시 병아리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