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4월과 5월의 노래 '화'

by 우선열

사월과 오월의 화(和)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1970년대를 풍미하던 노래이니 2025년, 현시점에서는 좀 느닷없기도 하다.이래서 꼰대라때라는 말을 듣나 보다. 라때라는 말에 반감이 들기도 하고 꼰대라는 말에는 혐오감이 들기도 했는데 꼰대,라때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했다. 1970년대와 2020년대의 차이, 반백년의 시간이니 말이다. 5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모든게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는 법이다. 동그란 반지를 보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살만한 세상.

"너와 맹세한 반지 보며 . . ."라는 노랫말이 좋고 젖은 짚단 태우듯' 애가 탔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가슴 한편이 저려 온다 . 세상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은 애틋한 사랑을 '사랑하는가? 눈물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슬픈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라고 설파한 시인이 있는 걸 보면 사랑이 마냥 행복하고 기쁜 일만은 아닌 듯하다.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슬픈 지도를 평생 가지게 되기도 하고 연약한 여자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바윗돌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는 어머니가 되는 기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사랑을 맹세하는 수단이 반지라는 게 마음에 든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영원을 맹세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시대의 명작 영화에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한 벤허가 있다. 스택 터클 한 액션과 벤허와 매셀라의 전차 경주로 회자되는 영화지만 내가 뽑은 이 영화의 명장면은 벤허와 그의 약혼녀 에스더가 구리 반지를 나누어 가진 장면이다.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그들이 다시 만난 날 벤허는 고이 간직한 구리 반지를 꺼내 보였다. 신분의 차이도 목숨을 건 사투의 순간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상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반지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기는 했지만 정작 나는 반지와는 별 인연이 없기도 하다. 여고 졸업 때마다 선후배 사이에 교환하던 졸업반 지도 막상 내가 졸업하던 해에는 할 수 없었다. 결혼반지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는데 그마저 여의치 못했다.

영원을 약속하는 결혼반지지만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고 경제적으로 다급해지면 돈이 될 수 있는 물건을 먼저 처분하는 법이다. 돈이 되는 금반지는 결혼 후 처음 맞는 위기의 순간에 팔려 나갔지만 결혼반지인 다이아반지는 어떻게든 고수하려 허리띠를 졸라 매고도 간직하려 애썼는데

허무하게도 잃어버렸다. 고이 간직해둔 결혼반지가 언제 어느새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없어진 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면 위기의 순간에 가족들을 위해서 쓸 걸 그랬다는 뼈아픈 후회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반지에 대한 로망을 하나 품고 있다. 영원히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반지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무런 무늬도 없고 각진데 없는 완전한 동그라미 반지를 생각한다. 반지의 주인이 그렇게 흠 없고 곡절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싶다. 세상에 실패 없는 인생이 없을 리 없고 굴곡 없는 삶이 꼭 잘 사는 방법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자식을 보는 어미의 마음은 다 같은 법이다. 내 자식이 별 어려움 없이 둥글둥글 행복한 삶을 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간절한 어미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에게 무난한 어린 시절을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 두 살 나이에 엄마를 떨어져야 하는 처절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고 17살 꿈이 좌절되는" 엄마 나는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 하는 절규를 들어야 했다 .이젠 성인이 된 내 아들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잘 감당해 나가기를 누구보다 열망하는 어미의 마음이다. 화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어미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결혼을 할 때 며느리에게 주는 결혼 선물과 함께 내가 아이에게 주는 반지 하나 더 장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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