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43

꼬마 대장의 두 번째 남자

by 우선열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 그는 키가 크고 잘생겼다,

뻔뻔하게 보일 정도로 유들유들한 성격이라

첫 대면부터  나를 형수라 부르며 사람 좋아하는 남편과 죽이 맞아

우리 집을 들락거렸다,

건축업을 하며 전원주택을 지어 분양하던 사업이 잘 안 되어

그는 빚에 쪼들리고 있었고 삼시 세끼를 거의 우리 집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그 무렵 역시 꼬마대장, 그녀도 우리 집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고

자연스레 넷이 어울리는 시간도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같은 또래의 사내아이를 둔 그녀와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옥스테이 여행을 계획했고

남편과 함께 그도 자연스레 여행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아이들은 삼촌을 잘 따랐고

덕분에 우리들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차츰 두 사람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아챌 무렵

그녀의 남편이 유명을 달리했다,

장례식장에서 그는 마치 상주처럼 행동했다,

내가 그녀의 시집 식구들 눈치가 보일 정도였지만 그와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거 같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그녀는 정식 유산상속까지 마친 돌싱이 되었다,

시집의 재산과 무관하게

그녀는 최소한의 아이들 양육비만 제공받는 걸로 서류 정리를 한듯했다,

둘은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이때부터 꼬마대장의 면모는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멈춰 있는 그의 사업을 재정비해나갔다,

챙이 큰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전원주택 공사현장을 누비던

그녀의 모습은 천직처럼 자연스러웠다,

부지 매입을 하러 현장을 뛰어다니는 그녀 모습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기차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재기에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나와는 많이 소원해졌지만

가끔

"형수, 이 사람, 일 저지르는 통에 뒷수습하느라 애먹고 있어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니까

일 벌여 놓으면 수습은 내가 해야지 뭐~

그래도 이 사람이 좋아하니까 그것으로 되었어요

황토 찜질방 만들어 놓았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하곤 한다,

꼬마대장을 극진히 모시는 덩치 큰 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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