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생 이윤진
까무잡잡한 피부, 폭탄 맞은 듯한 파마머리,버짐이 퍼질듯한 피부,
40대 후반의그녀는 시골에서 갓 올려온 듯한 아줌마였다
눈동자는 불안하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초조한 듯 손톱을 깨물기도 했다
IMF를 막 지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였고
비닐하우스 꽃집을 경영하며 일본 수출을 하던 그녀의 남편 사업이 부도를 낸 즈음이었다
"언니, 말도 마, 꽃집? 그거 골병드는 거야, 무거운 화분을 이리저리 옮겨야 하거든
내 팔뚝 좀 봐, 어디 이게 여자 팔 같아? 돌쇠 팔이지?"
하며 팔을 걷어붙이곤 했다
"그래도 돈 잘 벌릴 때는 재미있더라고 ,팔 아픈 줄도 몰랐어 ,
매일 수출용 컨테이너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곤 했었어.
돈이 벌리는 대로 비닐하우스를 장만했지, 남편이 대출받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
IMF가 터지니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거야,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어,
설상가상 수출이 막히니 수십만 원하는 난들이 그냥 얼어 버리고 말더라고 ,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빚을 얻어 기름을 땠지만 수출이 안되니 난이 팔리질 않아 빚만 더 떠안게 됐지
그렇게 가게 문을 닫으니 물론 겨우 장만한 아파트가 날아 갔어
지하 방에 중 2딸,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한 방에 몰아 넣어야 했어
그런데 남편은 돈 한 푼 안 가져오고 방안에서 빈둥거리고 있어,
빚 독촉에 시달리느라 힘들기도 해서 내가 나와 버렸어, 돈 벌어야 해"
그녀가 거친 영업 세계에 발을 내디딘 이유이다
그녀는 남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목소리만으로 고객을 만드는 전화영업이니 사람을 대하며 고객을 판단하던 꽃 시장과는 자못 다르다
나름 고객 성향을 잘 파악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화영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일 잘 하는 선배 직원이 영업수당으로 거금을 수령하는 걸 보자 눈이 번쩍 띄었다
빨리 빚을 갚아야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집 한 칸 마련해야 한다
입을 앙 물었다
전화 목소리를 녹음하여 들어 보기도 하고 일 잘하는 선배 직원은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접근하여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고 고객과의 대화를 녹음하여 듣기도 했다
같이 입사한 신입 직원이 일주일 만에 전화로 고객을 불러내자
더 초조해졌다
입안에는 혓바늘이 돋고 입 가장자리가 갈라졌다
상품을 익히고 좋은 점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고객에게 어필할만한 내용으로 상품 내용을 편집하는 게 우선이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전달해야 한다
미성보다는 목소리 톤을 잡는 게 중요했다
"솔 음이 듣기 좋습니다"
신입직원 교육 때 귀에 딱지 않게 들은 말이다
첫마디가 중요했다
첫 음절에 전화를 끊어 버리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녹음기를 앞에 두고 연습도 하고 실제 고객과 통화하는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하나 둘, 친해지는 고객이 생겼지만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집에는 전기세가 밀려 전기가 끊겼다
얼마간의 영업 지원비가 지급되어 전기세 정도는 낼 수 있었지만 일부러 내지 않았다
남편의 실망이 얼마나 큰지는 알지만
저렇게 속수무책 집안에 틀어 앉아 있게만 해서는 안될 거 같았다
남편 덕분에 아이들 맡겨 놓고 일찍 출퇴근할 수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남편이 책임을 지고 가정을 일으키게 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