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생 조태숙 10
이제 30대 중반의 젊은 윤 부장은 첫 대면부터 날카로웠다
" 소문 들으셨겠지만 저는 일이 우선인 사람입니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 안 하는 타입입니다
제 스타일의 영업을 배워보고 싶으시면 무조건 따라오셔야 합니다
개인의 성향에 다른 영업방법이 아니라 제 스타일 영업을 배우시는 겁니다
잘 따라와 주시기만 하면 스타 직원으로 만들어 드릴 수 있지만
정착률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잘 생각해서 강하게 일을 배우고 싶으면 자리에 앉으시고
자신 없으면 언제라도 일어나 가시면 됩니다
제 영업의 특성이지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최 부장처럼 자상하게 직원들을 보살피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인간미는 없을지 몰라도 일의 능률은 오를 것 같아 태숙 씨는 내심 안도하기도 했는데
첫 통화부터 부서장 앞에서 하라는 지시에 당혹하기는 했다
업무이기는 하지만 전화통화라는 게 사적인 부분이 없을 수 없었다
공감대를 형성하라고 누누이 배우기도 했으니
모르는 사람과의 통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자신을 노출해야만 했다
부서장 앞에서의 통화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듯한 모멸감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세윤 씨나 은혜 씨는 윤 부장과의 호흡이 척척 맞아
한두 마디 업무지시로 업무 진행이 가능했지만
태숙 씨는 통화마다 한마디 한마디 점검을 받아야 했다
고객마다 통화 내용은 물론 단어 선택까지 윤 부장의 지시를 받아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경아 씨는 업무 중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잦았지만
잠시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되찾고 일에 열중하곤 했다
윤 부장은 지혜 씨나 세윤 씨를 대하는 태도와 경아 씨, 태숙 씨를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랐다
업무지시에서 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눈에 띄는 차별을 당해야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영업인은 실적으로 말합니다 계약만이 살 길입니다" 하곤 했으니
실적이 저조한 신입 사원에 대한 교육 차원이리라 생각했던 태숙 씨이다
얼마 안 가 태숙 씨는 같은 신입사원 중에도 윤 부장의 특별 배려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담당 직원이 계약을 하면 부장에게도 수당이 지급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계약을 잘 쓰는 직원들은 당연히 윤 부장의 총애를 받았고
자기가 받은 수당의 일부를 윤 부장에게 떼어준 신입원들은 윤 부장의 호의를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
태숙 씨처럼 타 부서에서 이동한 사람에게는 더 혹독하게 하는 이유였다
힘들게는 했지만 고객을 대하는 노하우는 배울 게 많은 윤 부장이기도 했다
치사하게 생각되기는 했지만 다음 계약이 이루어졌을 때 태숙 씨는 받은 수당 중에서
윤 부장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금액을 봉투에 넣어 윤 부장에게 주었다
태숙 씨를 찾는 윤 부장의 호칭이 조차장에서 누나로 바뀌었다
공연히 심술을 부리던 종전과는 달리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 일도 열심이었다
"나는 그렇게는 못해 얼마나 애써 번돈인데.."
경아 씨는 겉으로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윤 부장의 입에 혀처럼 모든 시중을 들곤 했다
태숙 씨와 경아 씨는 윤 부장의 혹독한 교육을 받아 영업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부서의 중견사원이 되었고 일에 재미가 붙었다
윤 부장은 태숙 씨에게
"누나, 누나는 임원감이야 내 말이 틀린 적이 없다니까
나중에 임원 되면 나도 거둬 줘요" 하곤 했다
"나는 , 나도 돈 많이 벌고 싶어, "
"경아 차장님은 일로 승부 거세요
영업의 맥을 짚을 줄 아니 영업으로 돈 버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직원별 특징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윤 부장이었다
필구 씨는 안정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긴 했지만
개척영업으로 전환한 태숙 씨보다는 일에 대한 성취도는 작은 거 같아 보였다
이 부장과 호흡이 잘 맞아 어려움 없이 일하는 듯했다
기왕 영업을 할 거면 개척영업을 배워보라는 태숙 씨의 권유에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원을 읊는다잖아.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어
태숙 씨 일취월장하는 모습 보기 좋지만 윤 부장과 부딪치는 거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 "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