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하의 저녁

by 우선열


세상일은 마음먹기 달렸다 합니다.

무더운 여름보다는 싱그러운 여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운 여름, 지친 여름, 휴가를 떠나야 하는 여름에 익숙해져 있으니

자칫 게을러지거나 지루해지기 쉬운 여름입니다만.

인생이 그리 슬픔 것만도 기쁜 것만도 아니라 하잖아요?

더운 여름에도 때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하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도 있습니다.

특히 초여름 저녁의 고즈넉함은

다른 어느 계절에서도 맛볼 수 없는 평화로움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낮이 살짝 길어졌거든요.

어둠이 내려앉아야 퇴근하던 남편들이 어스름한 저녁에 퇴근을 합니다

지친 어깨에 걸쳐 놓은 윗옷이 무겁기는 하지만 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셔츠 소매는 반쯤 접혀 저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 여인들이 뽑은 남성의 가장 매력 있는 모습이 셔츠를 반쯤 걷어 올리고

일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라 합니다

말아 올린 소매에서 남편의 고단한 하루가 보이거든요.

긁은 땀을 흘리며 가족의 꿈을 위해 열정을 쏟았을 하루입니다


그들의 어깨에 놓인 피로를 풀어주어야 하는 여인들의 발걸음도 바빠집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며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가족의 발자국 소리는 동구 밖까지도 들린다 하네요

방금 버스에서 내린 남편의 모습도 그릴 수 있는 여인들입니다


한낮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물던 아이들이 골목으로 뛰쳐나오는 시간도

초여름 저녁입니다.

골목에 퍼지는 왁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녁연기도 춤을 추며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 무렵 골목에 퍼지는 아이들의 함성만큼 듣기 좋은 건 없습니다

어쩌다 층간 소음이 이웃 간에 불화로 번지는 사회가 되기는 했지만

잠시 실내를 벗어나면 이 모든 게 이루어지는 초하의 여름 저녁입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하나 둘, 퇴근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거나

골목을 뒤흔드는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뛰어 갑니다

" 00아, 저녁 먹어"그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도 많지 않습니다


텅 빈 골목, 조용한 거리를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잔잔한 음악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좋은 건 아껴야 한다지만 노래 듣기를 아낄 필요는 없겠지요?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데

이렇게 싱그러운 초여름 저녁에는 어떤 노래를 들어도 아름답습니다.

세상일 마음먹기 달렸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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