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56

63년생 조태숙 12

by 우선열

나는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녀와 일을 하게 되었으며

아이들끼리의 친분으로 동네에서도 가장 친한 이웃이었으니

그녀의 하루분의 일과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본부장으로 자기 수하의 다양한 주부사원들을 마치 하나하나 최고의 친분관계인 양 살뜰하게 챙겼다

직원들은 각자 자기가 본부장과 가장 가깝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다만 직속부하인 부장들은 혹독하게 다루었다

잠시 쉴 시간이 없도록 교육을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게 만들며 실적을 강조했다

그녀가 나타나면 부장들은 잠시 다른일을 보다가도 자동 로봇처럼 일어나 부서원 사이를 오가며

직원들의 통화를 체크하곤 했다


고객을 대할 때그녀는 마치 카멜레온 같았다

고객의 성향에 맞춰 자동 변신이 되는 것 같았다

고객을 추켜 세우며 사모님을 연발하기도 하고

전문 지식인 같은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철저히 고객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때에 맞춰 완전 변신이 되는 그녀였다

눈빛이 강렬해지며 말에도 힘이 들어간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말을 막을 수 없도록 열정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다

어떤 고객이 오더라도 꺾어 내고야 만다는 소문은 그냥 나는 건 아니었다

업장에서는 매일 계약이 쏟아져 나오고

게시판은 완판으로 도배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오너는 본부장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업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다


일한 만큼 넉넉히 보수를 챙길 수 있는 직원들의 사기는 높았지만

종종 담배를 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충족되지 못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저녁마다 부장들의 사기를 돋운다며 회식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술에 취한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이 내일 중 하나로 고착되는 즈음이다

"언니, 뭐 하러 이리 아등바등 살지요?

돈만 좀 있으면 모든 게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일에만 몰두할 수 있던 그때가 좋은 거 같아요

어떻게든 수당 한 푼이라도 더 타가려고 아양 떠는 직원들도 싫고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단속 못하는 무능한 부장들도 싫고

그만큼 수익을 내주었는 데고 만족하지 못하는 오너에게도 신물이 나요"

겉으론 이만하면 모든 걸 다 갖춘 그녀로 보였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며 혼자 심한 갈등을 겪고 내고 있었다

"잠시 일을 맡기고 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입장이 못되네요

내가 사람을 못 키우나 봐요 믿고 맡길 수 있는 후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를 대신하여 일을 맡을 수 있는 후계자를 찾는 일이 시급해 보였다

현재 부장들을 하나씩 체크해 보아도

나름 잘하고는 있지만 본부장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능동적으로 업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는 없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해야 했다

총무과에서 인사일을 맡고 있는 내 책임인듯하여 마음이 급해졌다


요즘 들어 우리 집에 출입이 잦은 남편의 후배가 떠올랐다

건설업을 하다가 실패를 경험하여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는 중인데도

그늘 없이 명랑했으며 좌중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었다

일 한 만큼 보수를 챙길 수 있는 영업이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경영능력은 있으나 영업 일선에서 직접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다는 게 걸리는 점이었다

조태숙에게 충분히 설명을 한 다음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조태숙은 명쾌하게 OK 사인을 보냈다

평소 인사에 엄격한 조태숙으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자기 사업으로 평생을 보냈노라며 월급쟁이는 생리에 안 맞는다고 사양하던 후배도

조태숙의 설득에는 쉽게 손을 들었다

조태숙과 후배는 처음부터 손발이 잘 맞았다

첫날부터 박상영은 격의 없이 직원들을 대했고

'마치 오래 같이 일하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굴었다

조태숙을 대하는 태도는 깍듯했다

마피아 조직의 보스를 섬기는듯했다

작고 다부진 그녀 옆에서 인상 좋은 그의 풍채는 더욱 빛나는듯했다

조태숙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고

오너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회사 내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져 태평성대를 누리는듯했다

주말이면 아들들을 데리고 등산을 한다거나 놀이공원을 갈 때

자연스레 박상영이 끼어들기도 했다

아이들도 자상하고 활기찬 그를 잘 따라

우리는 은근 박상영의 동반을 기대하기도 했다

호사다마라던가

오너가 다른 사업에 투자해 회사 돈이 새나가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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