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본다. 차선도 괜찮다

by 우선열

최선이 아니면 차선도 괜찮다.

차선에는 최선을 향하는 기회와 희망이 있건만 조급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은 차선을 견디지 못한다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을 추구한다

그냥 좋아하는 예능은? 정도라도 충분하건만 '인생 예능' 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표현의 평가절상이랄까?

평범한 언어로는 뜻이 미흡해 보이나 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써야 만 뜻이 전달되는 듯하다.

숏폼이 유행하는 세태와 일맥상통하는 표현법이다

숏폼은 짧고 강렬하여 한번 빠지게 되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중독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중독성에는 인터넷 시대의 알고리즘도 한몫한다

한번 클릭하면 같은 취향의 영상들이 줄을 있게 되니 관심 있는 분야라면 등 돌리기 쉽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리 극단적인 표현은 하지 못한다

오히려 뜨뜻 미지근 좋아한다는 건지, 그렇지 않다는 건지 애매할 때가 많다

논리적은 못 되지만 극단적이지는 않다

몰입의 경지까지는 쉽게 가지만 연속성은 결여되어 있어 중독 성향은 낮은편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독서 중독이라는 말은 없으니

책 읽기에 미치지 못하는것이 내 의지만은 아닐 것도 같다.

어쩌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밤샘도 마다하지 않건만 책마다 밤샘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

어쩌다는 전제조건이 중독을 막아 아쉽기는 하다.

책에 중독성이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올라올 때이다.

불광 불급(不狂不扱)이라 하지 않는가?

미치지 못하여 잘 쓰지 못하는 것만 같다.

한번 망가지더라도 끝까지 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며 미적지근한 내성격을 원망한다

그래도 부러지는 것보다야 흔들리는 것이 낫다

부러져 꽃한송이 피우지 못하는 것보다야 흔들리며 작은 꽃송이 하나라도 피워 올려야 한다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이 있다

곧 잘 쓰는 글이 아니라 나다운 글을 써야 한다로 나를 선회시켰다.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부러지는 것보다는 휘청거리더라도 살아 남아야 기회가 있다.

차선에게는 최선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다


예능보다는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드라마일 경우도 본방 사수를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맞아 볼 수 있으면 다행이었는데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재방을 해주니

본방사수가 별 의미가 없기도 하다.

드라마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좋은 드라마를 보면 글을 쓴 사람이 부러워진다.

심금을 울리는 글 한편 쓸 수 있다면 중독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건만 중독이 자의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본인의 의지를 벗어나야 하는 게 중독이다

중독성의 결여가 형성된 성격이니 서운해질 때도 있기는 하지만 중독에 의한 폐해를 보며 안도 한다.

알코올 중독이라던가 마약 중독, 흡연중독, 도박중독 같은 것들이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다

중독된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는 걸 보면 미적지근한 내 성격에 안도하기도 한다.


인생예능이라 할만한 것이 없는 내 처지를 변명하는 중이다

그중 자주 보는 것이 있다면 '유퀴즈 온 더 블록' 정도이다

잦은 재방 덕분으로 볼 기회가 생겼지만 보게 되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화제의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프로로 자극적이지 않으며

유쾌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최선은 아니었지만 다시 볼 기회가 오더라도 즐거운 시간이 된다.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나다운 글을 쓰다 보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까지는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차선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 차선에게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 이 또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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