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60

조태숙 15

by 우선열

얼마간 세월이 흐른 후 우리는 조태숙 전 남편의 부고를 들을 수 있었다

안도 반 아쉬움 반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심사가 복잡했다

오랜 투병생활로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가정의 문제는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식들을 비롯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상영의 입장이 난처하리라던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문실에서 상복을 입고 완정까지 찬 박상영이 상주의 역할을 버젓이 하고 있었다

시집 식구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치 정해진 관습이라도 되는 양 그의 태도는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도경이와 그녀의 딸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상복을 입은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태숙의 오빠도 곽상영에게 모든 절차를 의논하고 있었다

한동안 박상영을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낸다고 할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의아하긴 했지만

나는 마음속의 짐을 덜어 낸 기분이었다

자칫 어려워질 관계를 그녀답게 명쾌하게 풀어낸듯하다

이혼 재혼 사별로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는 문제를

한가족으로 묶어 놓을 수 있는 힘이 그녀에게 있는 것이다

험담을 만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그들은 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전원주택 분양을 성공리에 끝낸 그녀는

다시 서울에 사무실을 오픈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건만 이미 사무실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챙기기 바쁘기도 했지만

사람 사이를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 조태숙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아직도 현역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은혜 씨가 상석이었고

실력은 있지만 부침을 겪고 있는 세윤 씨는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듯 보였다

작지만 안정된 업장을 맡고 있다는 필구 씨는 편안한 보였지만

조태숙이 업계에 던질 파문을 흥미 있게 주시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뿐 아니라 주위를 객관화시켜 정확한 판단을 이는 역량이

그녀를 거친 영업계에서 비교적 안정적 횡보를 하게 하는 비결인듯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리를 재빨리 꿰차는 경아 씨는

이미 조태숙의 손과 발이 되어 사무실 내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조태숙도 당연한 듯 경아 씨에게 궂은일 뒤처리를 맡기고 있었다


영업계를 떠난 나는 마치 이방인 같은 어색한 기분이었다

박상영이 우리 내외에게

"두 분 식사 한번 모실게요 가까운 날 잡아 보겠습니다"

인사치레의 말을 건넸다

어려운 한 시기를 그녀 덕분에 영업계에서 버텨 날 수 있었던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는 돌아갈 수도 가고 싶지도 않지만 추억의 한 페이지에 각인된 세월 속에는

꼬마대장처럼 사무실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첫 대면 아이의 입학식에서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해 보이던

현실에 초연한 듯한 그녀의 모습이 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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