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를 본다

by 우선열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 프로가 있다.

JTBC에서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으로 김성주와 안정환, 두 MC가 그날 그날 선정된 유명인들의 냉장고를 공개하고 공개된 냉장고 속의 재료를 가지고 유명 쉐프들이 15분 안에 요리 를 만들어 내는 요리 대결프로이다.

승부는 냉장고 주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 된다.

9시는 9시 뉴스를 보아야 할 시간이건만 상호 비방과 험담만 일삼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모습이 탐탁치 않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에서 멈추고 말았다.


요즘은 쉐프 전성시대라 불릴만큼 유명 쉐프들의 활약이 많고 쉐프들의 인기도 절정이니 유명 쉐프들의 대결도 재미있고 인기인들의 냉장고를 훔쳐 보는 재미와 그들의 근황도 알게 되는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다

요리를 만들어 내는 동안 두 MC의 재담도 재미를 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프로의 백미는 15분 안에 뚝딱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쉐프들의 음식솜씨에 있다.

주부경력 4~50년의 경력자라도 15분이면 재료 준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쌀 씻어 앉히고 적당히 불기를 기다리는 시간으로도 짧다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고 필요한 소스를만들고 한시간 삼십분으로도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내기는 힘든다

한시간 삼십분동안 일상의 평범한 밥상을 차리는 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것도 늘 사용하는 양념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고 필요한 몇몇 밑반찬들이 갖추어져 있을 때인데 처음 공개하는 재료로 요리 아이디어를 내고 적당한 소스를 만들어 근사한 플레이팅까지 해 내는걸 보면 과히 신출귀몰의 솜씨라 할만하다.

솔직히 15분이면 라면 제대로 삶아 상차리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라면이 끓는데 5분이라 하지만 냄비 찾아서 준비하고 파 씻어서 썰고 라면 끓이고 김치 준비하고 계란 풀고 그릇에 예쁘게 담고 수저 놓으려면 그리 충분한 시간도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서 반신반의하는 이유이다


15분이라는 시간의 근거가 의심스럽다

빙하가 물 위에 떠 있는 건 십분의 일정도라지 않는가?

더 많은 부분이 물속에 잠겨 있어야 우리는 빙하를 볼 수 있다

세상사 거의 모든 일이 비슷하다

음식을 만드는 일도 그러하다

뚝딱 15분만에 완성된 요리 같지만 거기에 쓰이는 간장과 고추장 같은 기본 재료들은 오랫동안 숙성시간을 거쳐야 제맛을 낸다.

제자리에서 금방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 하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요리가 만들어지는 15분 안에는 그들이 쌓아놓은 명성의 빙하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빙하 밑에 그들을 받치고 있는 물속의 얼음덩어리들을 본다

쉐프들만 그렇겠는가?

유명 쉐프들의 요리 상을 받는 냉장고 주인들도 오늘이 있기까지 숨어 있는 노력이 있어 음식을 대접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

'냉장고를 부탁해'의 15분 뒤에 는 출연자들의 숨은 시간을 볼 수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재미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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