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지금 나부터

by 우선열


봄날이야 변덕이 죽 끓듯 한다지만 여름은 좀 다르다.

장마철, 비 때문에 한소끔 더위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과 거친 우로를 감당해야 한다

연약하고 가냘픈 봄날이 물러나는 동장군의 심술에 지고 말아 봄철엔 종종 꽃샘추위를 겪어내지만

여름은 열어 놓은 사립문 드나들 듯 거침없기 찾아 온다.

그렇게 70 평생을 살아왔건만 그간의 세월이 무색하게 낯 선 기상 현상을 겪고 있다

꽃차례를 지키던 꽃들은 한꺼번에 피고 지고

장마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소나기 같은 집중호우를 시도 때도 없이 겪어내야 한다

봄 가을은 스쳐 지나가듯 짧아졌고

길어진 겨울은 이상 난동으로 외투를 입어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젊은이들의 민소매는 사월부터 시작되고 한여름에도 덧옷을 갖춰야 한다

냉방시설 때문이라지만 열탕과 온탕을 드나드는 듯한 날씨 때문이기도 하다

40도에 근접하는 더위에 시달리다가 곤두박질치듯 낮아지는 기온을 감당해 내야 한다

어찌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겠는가?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를 듣는 일이 어제오늘은 아니다

마치 자장가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자장가에 잠드는 아기 시절은 진즉에 벗어났으니 자장가는 더 이상 우리를 잠들게 하지 못한다

마치 추억처럼 이따금 떠올릴 뿐이다

날씨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면서 환경문제를 귓등으로 듣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던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이다


이제 지구는 누가 봐도 병들어 보인다

한 조각 남은 얼음조각에 서 있는 백곰이 아니라 북극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백곰의 신세이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망가지는 지구 환경 때문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더 이상 나 하나쯤이야 하던가,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지금 나부터 해야 한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쌓여 마침내 결과를 이루는 일이다.

시장 가방을 들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손수건을 준비해 보자

각자 할 수 있는 한 가지라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나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일은 힘들었다.

몇 번 시도는 해 봤으나 외출 시 텀블러를 챙기는 일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예쁜 텀블러만 보면 사들이고 싶은 충동만 키웠다

그 무렵 텀블러 사은품은 왜 그리 많았는지

텀블러를 얻기 위해 과소비를 하기도 했다

변변치 않은 텀블러들을 보며 더 마음에 드는 텀블러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텀블러는 포기하고 말았지만 장바구니는 이제 거의 생활화되었다 .

핸드백 한구석에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바구니가 필요할 때마다 "나 준비된 여자야'하며 시장 가방을 내민다

꽤 괜찮은 기분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기특해진다

한번 성공을 맛보면 잊지 못하는 법이다

장바구니에 고무된 나는 요즘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에 재미가 들었다

휴지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센스 있어 보인다

핸드백에 살짝 매면 제법 예쁘다 없던 패션 센스까지 생겨나는 것 같다

핸드백이 없어도 걱정할 것 없다

손목에 매면 팔찌보다 예쁜 것 같고 편리하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날씨야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나만은 중심을 지켜야 한다

지구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해야 한다

접을 수 있는 작은 시장 가방 하나와 손수건 한 장이면 충분하다.

졸 졸 흐르는 시냇물이 망망대해를 이룬다

내가 실천하는 작은 일이 모이면 삼천만 국민의 힘이 되고 수십억 지구 인구의 힘이 될 수 있다

지금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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