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숙 13
조태숙이 자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이고
박상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일이 잦아졌다
영업에만 몰두하고 총무과 일은 본사의 지시에 따르던 조태숙에게 경영의 화두를 던진 건 박상영이었다
실적을 올린 만큼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번 본사에 이의를 제기하던 조태숙은 본사에서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강력한 항의를 했고
영업조직에서 많은 이익을 냈지만 다른 곳의 투자가 여의치 않아 회사 재정이 흔들린다는 애매한 답을 들어야 했다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던 온화한 오너가 아니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감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수당 지급도 당분간 정지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었다
조태숙은 오너의 뜻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직원들의 감원과 수당 지급을 핑계로 조태숙의 입지를 좁히려는 처사였다
잘 만들어 놓은 영업 조직을 통째로 먹어 버리려는 심사였다
전 직원들이 조태숙을 따르긴 했지만 급여와 수당을 포기하고 조태숙을 따라나가지는 않을 것이고
그 기간 동안 직원들을 설득시켜 자기 조직으로 만들려는 심사라는 것이다
오너의 비겁한 처사에 치를 떨었지만 조태숙은 직원들에게 어려움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조직을 놓고 자신만 빈손으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태숙 정도면 어디서든 본인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되어 있는 편이었다
직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조태숙과 같이 움직이려는 의사를 전했지만
조태숙은 직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고
그동안 본인을 믿어준 회사에도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신의 거취가 정해져 안전하게 직원들을 부를 수 있고
회사도 안정을 찾으면 그때 움직여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직원들은 그녀의 깊은 배려에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홀로 이삿짐을 챙겨 나가는 조태숙을 직원들은 사열하는듯한 자세로 배웅을 했고
눈물바다가 되었지만
회사를 나가는 조태숙의 뒷모습은 쓸쓸하기 그지없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조태숙을 따라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박상영이었다
막 자리 잡기 시작한 그는 회사에서 받아야 할 수당이 가장 많이 있는 상태였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박상영은
여유로운 미소까지 띠며 조태숙의 뒤를 따랐다
간곡히 말리던 조태숙도 그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조 태숙에게 남아서 직원들을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남아야 했던
나는 그가 몹시 고마웠고 든든했다
어쩌면 조태숙은 직장을 잃은 대신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좋은 결과가 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도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