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68

부동산 영업사원 1

by 우선열


그녀는 부동산 영업사원이다

기획부동산이라고 불리며 비리의 온상 처럼 보도 되는 일이 많은 곳이다

매스컴에서는 주기적으로 기획부동산 사기사건이나 단속에 대한 보도를 일삼아 하고 있다

친구들은 "아직도 그일 하니?" 하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않는다

공연히 죄인이 된거 같아 우물쭈물 "응, 그렇지 뭐 " 하고 만다

정확히 말하면 공연히는 아니다, 지은 죄가 있기는 하다

그녀가 죄를 짓기로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살다 보니 피해자가 생기고 가해자가 된 그런 케이스이긴하다

살다 보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일이 하나 둘은 아니다

그녀만 해도 자신이 이런 처지에 내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이리저리 부대끼다 보니 떠밀려 오듯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삶이 어찌 계획한대로만 움직여주겠는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게 인생사이기도 하다


그녀가 처음 기획부동산에 취업했을 때에는 아직 기획부동산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럭저럭 사업을 꾸려가던 남편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IMF 를 겪으면서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힘들어 하던 남편이

설상가상 교통사고까지 당하고 말았다


사업은 곤두박질쳐 집에는 빚쟁이들이 드나들로 남편은 두 다리를 절단한 불구가 되었다

졸지에 그녀는 남편 병간호를해야하고 혼자 가계를 떠맡게 된 것은 물론 빚에 시달리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고집스레 이혼을 강요했다

당장 아이들 학비가 걱정인 그녀도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장 생계비와 아이들 학비를 벌어야 했다

빚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60이 가까운 나이이니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청소나 설거지도 그 나이에 새로 시작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시작해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야 그 나이에도 일 할 수 있지만

나이만 먹은 초보를 써 줄 수 있는 업소는 없었다

겨우 구한 일자리에서도 하루만 노동에 시달리고 나면 이틀은 앓아누어야 했다

안하던 일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녀도 기다릴 수 없었다

당장 돈이 필요 했다 ,

당장 끼니가 걱정이었고 아이들 교육만큼은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신문 구인광고난을 샅샅이 뒤지던 그녀에게 부동산 영업사원광고가 눈에 띄였다

집을 사고 팔아 본 경험도 있고 전세나 월세를 놓아 보기도 했고 이웃에 소개했던 경험도 있었다

시골에 땅을 물려 받아 목돈을 손에 쥔 친구가 희희낙락하며 그녀를 데리고 부동산 투어를하기도 했다

목 좋은 땅을 사고 싶다는 것이다

남편 사업이 잘 될때 그녀도 목좋은 상가 하나쯤 사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적도 있다

직접 부동산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배우면 잘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작은 신문쪽지를 들고 찾아간 곳은 동네 부동산처럼 작은 사무실이 아니라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회사였다

주눅이 들어 들어 갈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그녀의 전화를 받았던 인사담당에게서 확인 전화가 왔다

사무실 앞까지 와있다고 했더니 빨리 들어 오라는 것이다

"나이도 들고, 사무경력도 없고" 횡설수설 변명을 했더니

나이 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교육을 충분히 해주며 교육기간 동안에도 충분한 보수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그녀는 다른 영업회사를 다녀 본 적이 있었다

보험회사에서도 기본 영업 실적이 없으면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고

정수기나 책을 팔아도 수당만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하나도 팔지 못하면 수입이 보장되지 않았다

부동산 회사는 일비가 있고 월급여가 있고 수당이 따로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교육기간에도 급여가 지불 된다고 하니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면접만이라도 볼 심산이었는데 다른영업과 달리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만 하는 영업이라 한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또래의 아줌마들이었다

그녀가 조금 나이가 많은 축이긴 했지만 그녀보다 나이 많은사람들도 있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이 60이 넘어 부동산 회사 직원이 되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싶기는 했으나 부동산 공부는 하고 싶었다

부모에게 물려 받은 땅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장만하는 친구를 보며

남편 잘 나갈 때 부동산 투자라도 해놓았다면

이렇게 막막하지는 않았을거라는 후회를 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대기업의 사원이었던 친구는 재직시에 회사의 강요로

떠밀리다시피 억지로 산 강남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 가고 있었다

친구는 처음 그 아파트를 울며 겨자먹가로 분양 받았다며 그녀에게 매도를 권했었다

월급쟁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자신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손해를 보더라도 양도 하겠다는 것이었다

입이 댓발은 나와 투덜대는 친구를 보며

그녀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덤테기 씌우는 것 같은 친구가 야속하기만 했었다

돈이 부족하기는 했으나 남편의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니 조금 신경을 쓰면 할 수는 있었다

미분양 아파트를 거금을 주고 살 가치가 없었을 뿐이다

그 아파트가 강남의 노른자 건물이 되고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입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결혼 적령기를 앞두고 있는 자식이 있는 친구는 웃돈을 주고 전세라도 입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결혼 조건중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강남 아파트 거주라는 것이다

특히 그 주상복합은 신랑신부 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 꼽히고 있었다

어느새 강남에는 새 계층이 형성되고 끼리끼리 문화가 발전하며 계층 사다리는 날로 높아지기만 했다


이제라도 기회가 있는게 다행이다

돈 벌면서 부동산 공부를 할 수 있다니 천재일우의 기회같았다

하늘이 나를 저버리기만 한것은 아닌 것 같다고 친구는 생각했다

무사히 입사를 한 그녀는 한 부서에 배치 되었다

헤드자리의 부장을 비롯해 여섯 명의 주부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열심히 전화를 하고 있었고

부장 옆으로 두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런 부서가 열개는 넘는 큰 사무실이었다

헤드 자리의 부장들이 부서원을 모아 놓고 열강을 하기도 하고

전화기를 들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직원들도 있었으며

가끔 마이크로 "어느 부서 000 백만원 입금 되었습니다" 하는소리도 들렸다

조용한 사무실이 아니라 돗데기 시장처럼 시끄러웠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통화가 가능할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거의 혼이 빠질 정도로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녀를 부서원들에게 신입직원이라고 간단히 소개한 부장은

바로 부장 옆의 빈 자리에 그녀를 앉쳤다

"오늘은 분위기만 익히세요, 교육은 내일부터 합니다 간단한 필기 도구만 준비해 오시면 되고요

입사서류 챙겨 오셨나요? 등본, 통장사본, 주민등록증 복사, 사진, 갖추시고

지금 드리는 입사 지원서를 작성해서 같이 제출하시면 됩니다"

40이 갓 넘었을 것 같은 남자 부장이었다

부장의 지시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지만 불안하기는 여전했다

또래의 아줌마들이 수화기를 들고 계속 통화를 이어 갔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저렇게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통화교육은 다 시켜 드립니다, 시키는대로만 하시면 되니 염려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정과장님도 엊그제 입사하셨어요, 입이 부르틀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곧 부동산 전문가가 되실 겁니다 하하"

엉거주춤한 자세를 눈치 챈 부장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옆자리 정과장이 높은 칸막이 넘어로 그녀에게 목례를 했다

자세히 보니 아주 촌스러웠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는 꼬불꼬불 인디언 파마를 하고 화장은 제대로 먹지 않아 번질거렸다

초록색 투피스는 정작인데도 불구하고 오피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도저히 직장인이라고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시골 아줌마였다

잠깐씩이지만 몇몇 영업회사를 경험하고 결혼 전에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있는 그녀였다

정과장의 차림새에서 신입 말단 직원일거라는 느낌이었다,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입술에 물집이 잡힌 그녀가 말을 걸어 왔다

"언니, 나보다는 연세가 있으실 거 같아요, 저는 50대 후반이거든요, 호호

엊그제 입사해서 아무것도 몰라요,우리 같이 열심히 배워 봐요, 입사동기나 마찬가지잖아요"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것도 같았다

정과장이 할 수 있다면 그녀 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제 앞에는 김과장이에요 저랑 동갑이고 같은 날 입사했어요 같이 입사동기인 셈이지요

저 끝에 있는 서차장이 베테랑이에요, 출근 했다가 바로 외출 나가는 날이 많아요

어제는 쟁반 가득 수당을 타가더라고요, 이제 좀 있으면 언니도 볼 수 있을 거에요

하루에 서너차례씩 수당타거든요 커다란 쟁반에 가득 돈이 들어 있어요

어떻게든 열심히 일해서 나도 돈 벌려고요, 나는 서차장 전화하는 걸 보면 열심히 들어요

옆에 서서 듣다가 엿듣는다고 망신당하기도 했어요, 무슨말을 해야 땅을 팔 수 있는지 알고 싶거든요"


정차장이 그녀애게 말을 걸고 있는동안 사무실 내에 방송소리가 울려 퍼졌다

"6부 오00 차장님 여주 500평 잔금 입금입니다"

곧이어 사장이 단상에 오르고 인포 여직원이 금색 쟁반에 가득 돈다발을 담아 왔다

수당 지급이었다

"어유 저게 얼마야, 정말 저렇게 받을 수 있는거야?"

"그렇다니까요 하루에 서너번은 수당지급이 있어요, 어제는 우리 부서 서차장이 받았어요

6부가 제일 잘나간대요, 오차장님이랑 몇몇 직원이 잘하나봐요

우리 부장은 착하기는 한데 우리 부서가 잘 나가지는 못해요

6부 부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일등부서에요,

여주 500평이면 평당 24만원 씩 1억 2천 이네요, 수당도 꽤 많겠는데요,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일 수도 있어요, 잘만하면 얼마든지 돈 벌 수 있겠더라고요

언니, 우리 같이 성공해요"

정차장의 눈 빛에 간절함이 배어 나왔다

그녀는 정차장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잘 이겨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도 마음이 굳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까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어떻게든 해내 보겠다는 각오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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