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업사원 8
정차장은 선수급 직원이 되어 충분한 수입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의 위치도 확고하고
이 부장은 부장 승진으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그녀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은 초조감이 일었다
그녀는 영업보다는 관리에 관심이 가기는 했다
영업 실적이 좋아지면 부장 도전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차장은
"언니 나는 내가 아는 것 다른 사람한테 알려 주고 싶지 않아,
계약하는 것도 바빠죽겠는데 다른 사람 신경 쓰는 것도 싫고
내 실력으로 내가 먹고사는 게 좋아, 이대로라면 억대 연봉은 무난할 거 같아,
문 차장과도 죽이 잘 맞아서 일이 힘든다기보다는 재미있어
우리는 평생 직원 하자고 문 차장과 다짐하고 있어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않고 내 일만 할 수 있는 직원이 제일인 거 같아" 하며 확고한 신념을 내비쳤다
그녀만 백로와 까마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박쥐 같았다
승진이야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신념이 없이 흔들리는 자신이 못마땅했다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정 차장처럼 일에 확신을 가지고 매진해도 모자를 현실인데 말이다
떨어져 있어도 정 차장과의 통화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언니, 통화는 자주 했지만 우리 본지가 1 년은 된 거 같아
망년회도 할 겸 한번 보자, 문 차장이랑 같이 나갈게
언니가 우리 회사 가까이 와, 밥이나 먹자"
정차장의 전화였다.
이직도 잦고 뜨내기 같은 영업 생활에서
한 해 남짓 서로 간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영업회사에서는 직원 빼내가기가 일상화되어 있어서 서로 간의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감언이설로 동료를 꾀어내는 일이 잦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위치가 확고하기도 했고 배려하는 마음도 컸다
힘든 영업의 신입 사원 시절을 함께 보낸 의리로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입사 동기의 힘은 크다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골탈퇴였다
적당히 웨이브 진 머리칼이 먼저 돋보였다
바글바글 인디언 파마로 영락없는 시골 아줌마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윤기나는 머리칼이 부드럽게 찰랑거렸다
정차장과 문 차장은 각자 같은 메이커의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었다
바바리코트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상표였다
살짝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완벽한 도시녀였다
눈이 둥그레지는 나를 보고 두 사람이 웃었다
"우리 같이 샀어, 동시에 계약을 터뜨린 적이 있었거든, 애써 벌었으니 나를 위해 뭐든 한 가지 하고 싶었거든,
언니, 우리는 헬스클럽도 같이 끊었다, 건강 생각해서 운동도 해야 할 것 같아
고객 중에 피부숍 하는 사람이 있어서 피부관리도 받고 있어 "
두 사람을 보며 그녀는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녀들에 비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했다
같이 출발했건만 수입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나고 있었다
수입은 생활의 격이 달라질 수 있는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의기소침한 그녀를 의식한 정차장이 부추겼다
"언니, 기왕 돈 벌러 나왔으니 많이 벌어야지, 윤 상무 거칠어 보이지만 마음은 여려
제대로 일만 하면 문제없다니까. 교육받을 때 좀 힘이 들긴 하지만 힘 안 들고 되는 일은 없어
문 차장과 나는 윤 상무 114 교육에 아주 만족해, 배울 때 눈물질 찔찔 짜기는 했지만 ...
그때 생각하니 우습기는 하네,
언니는 윤 상무한테 구박받지 않아도 잘 할 걸 뭐, 우리랑 같이 일해봐"
마음의 동요가 일기는 했지만 직장을 옮기는 것이 그리 쉽지 만을 않았다
영업은 조직끼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내 생각만 할 수도 없었다
처음 기회가 있었을 때 윤상 무을 따르지 않은 것이 조 금 후회스럽기는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 뭐, 아직은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이 부장 보다 언니가 더 포용력이 있는데 ···, 언니 우리 회사로 안 올 거면 부장 승진해
언니는 그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아직 실력 부족이야, 좀 더 배워야지"
부장 승진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가 매출이다
아무리 뛰어난 관리능력을 가졌다 할지라도 회사에서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부장 승진은 어렵다
그녀는 매출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이 부장 승진할 때만큼은 하고 있었다
정차장의 부추김이 싫지 않았다
정차장과의 만남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 상무가 그녀를 불렀다
"차장님은 영업보다는 관리에 어울리십니다, 그만하면 실적도 괜찮으니 부서를 맡아 보세요
내가 추천했지만 담당 부장인 이 부장이 적극 동조를 해 주네요
이 부장으로서는 직원을 빼앗기는 결과이니 서운해할 만도 한데요
이 부장도 인품이 돋보이지만 차장님이 직원들 간에 신망이 높으신가 봅니다"
유상무의 라인이 빠져나간 후 회사에는 직원 영입이 급선무였다
타 회사에서 부서장을 영입할 경우 부서 간의 마찰이 일기도 하고
안정이 될 때까지는 서로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아주 우수한 부장이 아닌 다음에는 바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옆 부서 직원을 빼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회사에서는 승진을 시키는 것이 애사심을 심을 수도 있고 위험 부담이 적었다
정차장의 조언도 있었고 직원 교육이나 관리는 잘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직원 나눠드릴게요 기회 있을 때 승진하세요, 지금이니까 쉽지 안정되면 자리 나기 힘들어요
도와드릴 테니 이참에 승진하세요, 같이 일해요 우리 "
이 부장이 간곡히 말했다
당장은 이 부장이 손해 같아 보이지만 이 부장은 후배 부장을 배출해 냈으니 입지가 굳어지게 된다
자신의 라인이 형성되는 것이다
윗선을 잘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의 지지를 확고하게 받으면 입지가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이 부장의 속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부장과는 비교적 소통이 잘 되기는 한다
비교적 덜 이악스럽고 인간미도 있지만 실적 면에서는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고
겨우겨우 현상 유지 정도의 실적이다
이 부장으로서도 나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직원이 필요했을 듯하다
예기치 않게 은 부장 발령이었지만 직원 섭외는 어렵지 않았다
이 부장 부서 직원들도 부서 이동을 원했고
동료였던 직원들이 저마다 직원을 소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