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65

59년생이윤진 5

by 우선열

내 힘으로 작은 아파트도 장만하여

아이들에게 각자의 방을 꾸며 줄 때의 행복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었다

영업사원이 되지 않았더라면

윤 부장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돈은 벌었지만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전기세 사건 이후 남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였다
남편이 일자리를 다시 찾는 둥 노력을 하긴 했지만 돈을 쓸 때는 아주 인색해졌다

공동생활비는 철저하게 나에게 반을 부담시켰다

사사건건 네 돈과 내 돈이 구분되었고 결국 별거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혼란을 겪는 듯한데

여자친구라며 여자를 소개를 시키더라는 딸의 말을 듣고 분노했다

더 기막힌 건 딸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의 여자친구를 인정하는 거였다

나만 희생 당한 거 같은 분노가 일었다

억울해서 미칠 거 같았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었고 한 잔씩 마시는 술이 위로가 되었다

퇴근을 앞두고 술친구를 찾지 못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호출만 하면 응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준수한 외모에 박식한데다가 매너도 좋았다

남편에 대한 분노를 마구 토해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그는 이혼남이었다

나도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할 즈음 그가 사업 자금을 요구해 왔다

싫으면 안 해도 된다지만 노골적인 돈 요구였다

여우굴 피하다가 호랑이굴 만난다더니 무능한 남편에 질린 내게 한수 더하는 격이었다

만사가 시들해지고 의욕이 없어졌다

당연히 영업실적도 바닥을 쳤다

무능하다고 비웃었던 사람들처럼 실적 미비로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머. 윤진 씨, 너무 예뻐졌다 못 알아보겠네 워낙 미인형이지만 아주 세련돼 보여"

신입 사원 때 내 옆에 앉았던 좋아하던 언니였다

각박한 영업 세계에서 부드러움과 따스한 분위기를 지닐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언니, 오랜만이네 언니는 여전해 변함이 없어 보여"

동갑네 자식을 두고 있어 더 친하기도 했었다

오랜 기간 적조했지만 우리는 금방 옛날의 친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

"얘, 너랑 다니면 나한테는 인상 좋다고 하고

너는 미인이라 그랬어, 생각나니?"

언니는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 사람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 부드러운 컬이 너무 잘 어울려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울고 가겠다 아니 정말 엘리자베스 테일러 닮았네"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야기보따리가 끝없이 풀어져 나왔다

성실한 언니는 뛰어난 영업실적보다는 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교육이라던가,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는 일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만난 회사에서 언니는 중견간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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