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청소법

by 우선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다'.

주부들의 단골 멘토인 이 말을

'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청소는 남이 해주는 청소다'라고 패러디 해놓고 살짝 겸연쩍다

게으른 주부의 모습을 들킨 듯하다

밥하고 청소하는 일은 주부의 가장 일차적인 의무였다,

'이다'가 아니라 '였다' 인 것은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밥솥이 있고 전기청소기가 있는 물리적 한경뿐만 아니라

전업주부인 남편이 있고 남자들의 육아휴가가 당연시 되는 세상이 되었다

청소나 밥하기가 더 이상 여자들의 일만은 아니다.

부엌에 들어가면 부랄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던 남자에서 요리 잘하는 남자들이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다


촉망받던 귀한 장녀였던 친구가 있다

대학 졸업 후 유능한 전문 직업인이 되었지만 결혼 적령기를 놓치지 않고 결혼을 해야 했다

시집도 잘 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변두리지만 서울에 집장만을 해놓은 잘 생긴 엘리트 남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친구들과 집들이를 가서 단짝이었던 나는 늦게까지 남아있었다.

그녀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달콤한 신혼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나는 어머니가 무서워, 좋은 분이라는 걸 아는데도 그분 앞에만 서면 긴장이 돼,

어머니는 큰아들보다 남편을 더 사랑하거든 ,"

뜻밖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우울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올라오셔, 어머님께 안방을 내어 드리고 나는 작은방으로 물러나,

남편은 안방에서 어머니 수발을 들고 ···새벽 네시는 어머니 기상시간이야,

네시가 되면 어김없이 마당 쓰는 빗자루질 소리가 들려 싸악싸악 ,

그 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어 아이를 들쳐 없고 나는 방구석에 가만히 서 있어,

움직여지지가 않아,

속에서는 나가서 어머니 대신 비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 거야

남편은 내가 이상하다는 거지,

'어머님처럼 훌륭한 분이 없으시다. 모든 일에 모법을 보이는 분이다' 이렇게 말해,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해, 내게도 한번 언성을 높이지 않으시고 손수 집안일을 하시니 말이야

그런데 그럴 땐 내가 손님이 된 것 같아, 어머님이 주인이고,

내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우리 형님은 어머님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야,

아들보다 며느리가 낫다고 늘 말씀하시곤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거 같아,

우리 집에 오시면 늘 아들이 먼저시지,

남들은 집안일까지 맡아 해주시는 어머님께 무슨 불만이냐고 말들 하지만

어머님이 오시는 날엔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

한 달에 한 번 오시는 것도 그렇게 힘들면 같이 사시는 형수는 어떻겠냐고 남편은 말하곤 하지

그렇게 말하면 더 초라해져, 나만 나쁜 사람인 거 같아"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나는 싸악싸악 빗자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우리가 깨기 전에 마당에 빗자루질을 해놓으시던 어머니와는 다른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시집살이라는 말의 정체를 알 것도 같았다

얼마 안 가 연년생으로 아들딸을 낳은 그녀는

동서와의 우애가 유난히 좋은 사랑 받는 둘째 며느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되었다

나는 노처녀가 되어 촉망받던 둘째 딸에서 애물단지 딸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집도 못 간다는 어머니의 측은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 무렵 어머니는 시집가면 실컷 하는 집안일이라며 내게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셨다

하다못해 스타킹과 속옷도 어머님이 챙겨 주셨으며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현관에 팽개치듯 신발을 벗어 놓고 핸드백 던져 놓고

거실 소파에 겉옷 걸쳐놓고 바닥엔 스타킹 흘리고 다니는 수발을 손수 하셨다

노처녀 기간이 길어지며 집안일은 완전히 내게서 멀어졌었다

드디어 늦은 결혼을 하게 되어서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선 보는 자리에서 "잘 하는 음식이 뭐요?' 하는 질문에

"삶은 달걀이에요" 하고 뒤이어 나오는 "라면은 끓일 줄 알지요?"라는 질문에는

"라면에 물 조절하기가 힘들어요, 언제나 물을 많이 넣어서 내가 라면 끓이면 맛이 없어요" 하고 말았다


남편은 사대 독자 외아들이었지만 시누는 일곱이었다.

어머님의 음식 솜씨와 살림 솜씨는 동네방네 소문이 나 있었다

집안은 언제나 정갈했으며 동네잔치엔 도맡아 음식을 하셨다

나는 새벽 네시에 시어머니의 빗질 소리를 들으며 방구석에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친구의 모습이 생각났다

남편은 일곱 시누들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왕자처럼 지내던 남자였다

나와 남편은 각자 자신들이 공주며 왕자로 착각하며 살아온 남녀였다

추락하는 공주의 모습을 그리며 결혼을 망설였다

"이젠 공주가 아니라 왕비인데요 뭐,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남편의 말에 용기를 내었다

다행이 서슬 퍼런 여장부셨던 어머님은 내겐 봄바람 같았다

"어려운 공부도 한 사람이 살림은 금방 배운다"

맛있는 어머니 음식에 길들여 있던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할 때 어머님이 해주신 말씀이시다

정리 정돈에 서툰 내대신 어머님은 내가 외출한 틈을 타 청소를 하셨다

오 방 난장 늘어놓고 외출한 집에 돌아오면 우렁각시가 다녀간 듯했다


호된 시집살이를 겪은 친구는 유능한 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건만

시어머니의 응석받이였던 나는 아직도 40년 주부 경력에도 불구하고 초보 주부 수준이다

친구는 며느리에게 사람 좋은 유능한 시어머니가 되어 있지만

아직 시어머니가 되지 못한 나는 은근히 켕긴다

무능한 시어머니라 며느리 시집살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머니, 어떻게 이런 것도 못해요?"

며느리 타박에 방구석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음식 솜씨가 서툴러도 밀키트나 외식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청소는 청소기에 맡기면 된다

조금 있으면 가정 도우미 AI 이 나온다 한다

세상이 변했다

조금 게으른들 어떠랴

청소는 로봇이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청소를 시킬 것인가 하는 프롬프트만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AI 시대의 청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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