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읽는것, 새로운 럭셔리'

by 우선열

송길영 님은 데이터 과학자이다.

중앙일보 '송길영의 빅데이터' 난에 데이터라는 어려운 신문물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문자 문명시대에 태어난 나는 디지털 문명이 낯설기만 하다.

처음 그를 매스컴에서 만났을 때 꽁지머리가 가장 생경했다.

내가 상상하는 존경받는 과학자의 모습과는 자못 달랐다.

우리 젊은 시절에도 장발이 유행이긴 했지만 묶지는 않았다.

길지만 사자 갈기처럼 흐트러진 모습이 남성성이었다.

묶은 머리는 예술가이거나 여성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고

그의 꽁지머리는 내게 낯선 디지털 문명처럼 먼 사람 같았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빠른 시대의 변화에 휩쓸리고 보니 문자문명만 고집하기엔 세상이 불편해졌다.

어쩔 수 없이 눈 질끈 감고 중앙일보 '송길영의 빅데이터' 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강요된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한두 편 읽으면서 쉽고 겸손한 문체에 호감이 갔다.

마음을 닫고 있는 내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신문물을 그는 아주 쉽게 풀어내 주었으며 겸손한 문체에 훌륭한 인품도 보는 듯했다.

'신문물은 어려워', 철벽을 치고 있는 나도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덕분에 또래의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일찍 AI에 눈뜨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종종 AI에 대해 내게 묻곤 한다.

물론 이렇다 할 실력이 있는 건 아니고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적인 내 성향으로 봐서는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AI에 관한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 편이다.

디지털에 관한 기초실력이 부족하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의 빅데이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글을 여러 편 읽으면서 가장 친근감을 느꼈던 글은 '나이 듦을 연구하다'라는 칼럼이다

영원히 신세대일 것만 같은 꽁지머리 그도 눈이 침침해지는 노화현상을 겪고 있다는 말에 동병상련 같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으니 웬 심술인지 모르겠다

어려운 빅데이터를 연구하며 글도 잘 쓰는 그에게 언감생심 작은 질투를 부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남이 보기엔 가당찮은 허튼수작에 불과하겠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은 연습생의 허영기라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어쨌거나 이번 "읽는 것, 새로운 럭셔리'라는 글은 데이터 학자라기보다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는 글이다

데이터 학자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그가 반갑기만 하다

더구나 요즘 같은 영상 시대에는 글이 제자리를 잃는 듯한 상실감이 있다.

내심 아무리 영상 시대라 하지만 말과 글은 모든 문명의 최후의 보류라고 생각하면서도 꼰대적 발상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거둘 수가 없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글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글의 새로운 럭셔리 시대. 문자 시대보다 조금 격상된 듯도 하다

'짧게 소비되는 수십 초짜리 쇼츠 영상 수백 개가 하루를 채우는 시대입니다. 순간적인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콘텐츠의 홍수는 무언가 잔뜩 보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함을 남기곤 합니다 이러한 피로감 속에서 읽는 것이 주는 깊이 있는 즐거움은 이제 최고의 럭셔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렇듯 글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시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무거운 것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문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사치는 바로 읽는 것입니다''

멋지지 않은가, 그의 글 속에 표현되어 있는 글의 존재감이다

글이 모든 문명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럭셔리로 가벼운 사치로 읽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은 글쓰기 연습생이니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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