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생 유정애 3
은퇴 후 길어진 노후생활이 불안하던 우리들이었다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을 유용하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찾으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참이기는 했지만
고수익이라도 위험한 쪽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을 찾고 싶었다
지방이라지만 서울에서 비교적 가깝고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행정수도 행복도시 주변이니
시세의 확장에 따라 집값도 오를 것이고
무엇보다 토지 지분이 넓다니 재건축이 되면
또 다른 행운의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얼마 안 되는 투자금액이 마음에 들었고
대출을 받더라도 월세로 이자를 충분히 상쇄해나갈 수 있다는 말에 안심했다
정애 씨는 회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대출을 이용하면
한 채 금액으로 두 채를 소유할 수 있고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우리를 부추겼다
서로들 눈치를 보며 우리는 자금 마련에 골몰했다
전세 놓고 대출받으면 현금 2천만 원 대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월세를 받으면 대출이자쯤은 임대 수익으로 충당하고도 남을 듯했다
황금 알이 거위가 되고 다시 알을 낳고
부동산 재벌이 되는 꿈에 부풀어 올라 자금 마련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일찍 결단을 내린 친구들은
대출 신청 절차에 들어가 원하는 동 호수를 배정받을 수 있지만
결정이 늦으면 로열층은 안된다는 말에 투자를 서두르려는 참이었다
목요 집회에 참석하니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모임도 2~300명은 모여 있는 듯한 대강당으로 소집되었다
빨갛게 상기된 정애 씨는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틈틈이 우리를 챙겼다
웅성웅성 오가는 말들이 꼬리를 물고 번졌다
임대 아파트 재분양은 심심풀이 땅콩이지만
목 좋은 중심상가 분양은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시내 중심 상권에 위치한 노른자 상가건물 분양권이
회사로 넘어왔는데 좀체 잡기 힘든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분양 조건도 타 상가에 비해 아주 유리하니
이번 기회만 잘 잡으면 소액 투자로 서울시내 중심상권의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어
높은 임대수익과 동시에 투자 수익도 짭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 보았을만큼 유명한 상가였다
분양과정에 문제가 있어 완공은 되었지만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나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유명 브랜드 상가이고
서울 중심가를 지날 때마다 공사현장을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소시민에게는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매머드급 건물이었고
이권에 관한 소문들이 풍성하여
소수 특권층의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던 건물이었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우리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몇 번 분양권 시비가 있어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시공사와 채권은행의 합의하에 분양권을 양도받기로 했다며
젊은 사장은 잔뜩 고무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