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생 명희씨 6
예비 제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돈댁에 누가 되거나 책이 잡힐까, 두려웠다
어려움이 닥치자 어머니께 은혜를 입었던 친척들이 먼저 등을 돌리는 걸 명희 씨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큰 집이라면 조금은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마치 동냥 바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인색한 사람의 시선이었다
고모들은 쯔쯔 혀를 차며 불쌍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출가외인이니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다
기대했던 가까운 지인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명희 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굳은 각오를 했었다
동생들에게만큼은 자신이 당했던 수모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제 살림을 시작하려는 동생에게 시집의 차가운 시선을 감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동생의 앞길을 축복하는 일보다 동생이 감당할 어려움에 무게가 살려 마음이 무거웠다
예비 제부가 명희 씨를 찾아왔다
큰 동생이 입을 다물고 있어 마음만 번거롭던 참이었다
미용실로 성큼 들어서는 낯 선 남자가 미용실 고객과는 다르다는 걸 명희 씨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예의 바르게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동생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둘 다 평생의 반려임을 인정하지만 동생이 언니에게 동생들을 맡기고 혼자 행복할 수는 없다며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을 지켜본 자기네 집안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으며 남자 형제만 세명인 집이니 집안일에 관여치 말고 사돈댁일 이나 신경 쓰라며 동생 놓치면 평생 후회할 듯하니 어떻게든 꼭 잡으라는 엄명이 내렸다는 것이다
동생을 잘 돌봐준 누님 덕이라며 평생 은혜로 알고 부모님처럼 모실 테니 결혼만 허락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
무엇보다 명희 씨는 동생이 짊어지고 있는 짐에 신경이 쓰였다
혼자 짊어진 짐인 줄 알았더니 동생도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명희 씨는 즉각 동생들을 소집해서 독신 선언을 했다
어머니의 유언이니 단서 붙이지 말 것을 강력히 이야기하며 큰 동생의 결혼을 명령했다
큰동생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다섯 자매가 부둥켜안고 한동안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명희 씨의 단호한 태도에 큰동생의 결혼이 무사히 이루어졌고 집안에는 든든한 기둥이 생긴 것처럼 훈기가 돌았다
제부는 친동생처럼 살갑게 처갓집을 돌보고 있다
둘째 제부도 첫째 제부의 소개로 맞이하게 되었고
셋째도 무사히 학업을 마쳐 막냇동생만 졸업하면 자신이 할 일는 다하는 셈이지만
아버지 기일이 돌아오면
"나가 죽어 "하고 외치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하는 명희 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