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93

옥임씨1

by 우선열

옥임씨는 다섯 자매 중 셋째 딸이다

옛말에 셋째 딸은 안 보고도 데려가는 미인이라던데

어머니를 닮은 통통한 동양 미인형 큰언니,

아버지를 닮은 늘씬한 서구형 미인인 둘째언니의 뛰어난 미모 때문인지

이 집의 셋째딸은 미모로는 이렇다할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쿨한 성격이 매력이었다

이런저런 개성 강한 딸 다섯집의 셋째이니

아래 위로 치이면서 가꾸어진 성품인지

웬만한 일은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고 수긍해 가는데

분위기 파악에 능해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는 센스가 있다

콧대 높은 노처녀였다가 또래의 주부들과 말을 터놓는 아줌마였다가

쌍방울 집 점주가 되기도 하고 속옷을 파는 야무진 판매원이기도 했다

내게는 같은 점주로서 적당한 예우를 해주며 비슷한 나이 대라 적당한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하여

어렵지 않게 마음을 터놓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이재에 밝지 못한 내가 월세 수입이라도 마련해 볼 요량으로

분양받은 서울 근교 신도시의 작은 상가였다

분양만 받아 놓으면 월세가 꼬박꼬박 나오는 줄 알았던 상가 운영은 생각처럼 만만치는 않았다

같은 건물 내에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각 점포의 주인들은 서로 이익이 상충하기도 하고

같이 상가를 살려야 하는 공동의 목적도 있었다

상가의 주인들은 자신들의 장사를 하면서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었던 소상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신도시 길목이니 분양가가 높지 않은 까닭이다

나처럼 세입자를 원하는 점주는 많지 않았지만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새 상가에 입주하려는 세입자도 구하기 어려웠다

상가 운영회가 열릴 때마다 나는 점주 자격으로 호출을 받았고

번거롭기는 했지만 실직 중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도 했을뿐더러

전 재산을 투자한 셈이니 월세입자를 구하는 일도 시급했다

쭈뼛쭈뼛 상가 번영회가 열릴 때마다 어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게

또래인 옥임 씨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상가 문제뿐만 아니라 옥임 씨를 보러 상가에 가는 일도 잦아졌다


쌍방울 집은 상가건물 중앙 출입문 바로 앞이었고

대형 슈퍼가 입점한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이었다

말하자면 상가의 노른자위 같은 좋은 위치였다

다섯 자매를 둔 금슬 좋은 노부부가 은퇴자금으로 마련하였으나

젊은 사람들의 속옷을 취급하기 민망하다며 딸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었다

서글서글 인품 좋은 노부부는 자연스레 상가 입주인들에 게 신뢰를 얻었고

상가 내의 대소사는 쌍방울 집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일이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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