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에도 양면이 있고,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다.
언박싱의 즐거움을 누리면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괴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언박싱의 즐거움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새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맥박을 뛰게 하고 앤돌핀이 치솟지만
그에 따라 돌아오는 대가는 다르다.
실망템일 경우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 손실이 배 아프다.
지불한 금액의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가 빠르게 밀려온다
'그 돈이면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걸,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호사스러운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데,
읽고 싶은 책을 살걸' 이런 생각들이다
인생 템, 잘산템의 경우는 기쁨이 먼저다
가격의 고하와 관계없이 흡족한 기분을 누리게 된다
맛있는 참외 한 개나 마음먹고 장만하는 고가의 소장품도 잘산템의 언박싱 즐거움은 대동소이하다
돈의 크기와 언박싱 즐거움의 크기는 비례도 정비례도 아닌 평행선이다
지름신을 모시게 되는 이유이다
누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다
맛있는 참외의 기쁨은 단맛을 보고 난 후 빠르게 소진되어 버리지만
오래 소장하는 물건은 소장 기간만큼 애정이 생기게 된다
애정에도 양면은 있으니 즐겁지만은 않다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 고난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언젠가는 사랑이 식고 쓸모 없어지게 되어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애정이 식기 전에 강제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이 들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주변 정리'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이니 자신의 손으로 정리를 하라는 말이다
정리가 어려운 것은 추억과 애정 탓이다
오래되고 맑은 물건일수록 손때가 묻어 있고 추억이 있다
정리의 첫 번째 규칙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데
담긴 사연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니 마치 수집 강박증처럼 어지러운 형국이 된다
잘 산 템, 인생템의 후유증이다
나이 들수록, 쌓인 물건이 많을수록 혹독하다
언박싱의 즐거움을 마다할 만큼 힘이 세기도 하다
만나는 기쁨을 누릴 것이야, 헤어지는 슬픔을 감당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차츰 기운도 쇠약해지니 기쁨은 벅차고 슬픔은 힘겹다
언박싱의 즐거움이 두려워진다
그래도 사는 동안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리하려 태어난 것은 아니다
사는 동안 언박싱의 즐거움도 누려야 한다
가능하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소비생활이다
책 한 권이나 예쁜 손수건 한 장이면 언박싱의 즐거움은 누리고 이별의 아픔은 최소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