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

by 우선열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책 더미 들을 요리조리 피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책 정리를 하겠다고 꺼내 놓은 책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 있다

공연히 건드려 벌집 쑤셔 놓은 꼴이라며 후회를 하는 중이다.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며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졌다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 놓지만 막상 서점에 가면

리스트에 없는 눈에 띄는 책들을 먼저 집어 들어

사들여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과 읽다가 중지한 책이 한데 섞여 있고 읽는 중인 책들도 있다

문우들이 출간한 책과 각 문인 협회에서 출간한 동인지들도 쌓여 간다.

욕심만 부릴 뿐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손 닿는 곳마다 읽어야 할 책을 늘어놓고 있다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꺼내 놓았는데 하루 이틀 미루면서 시간이 가다 보니 마치 이사 갈 집같이 방 구석구석 책 더미들이 쌓여 있다

남들이 보기엔 불편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널브러진 책들에 익숙해지니 그리 불편한 줄도 모르겠다

책 정리를 해야 한다고 미루어 놓은 숙제처럼 전전 긍긍하지만 늘어놓은 책들이 흐뭇하기도 하다

손만 뻗으면 책을 집어 들 수 있는데 막상 읽어야 할 책을 찾으려면 대략난감이다

책 더미를 뒤져야 한다

마음이 급할수록 찾아야 할 책은 숨고 만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은 순위를 바꿀 수 있지만 같이 읽기로 한 책이라던가

호언장담하며 빌려주기로 약속한 책은 찾아야만 한다

쌓아 놓은 책 더미만 있는 게 아니다

책으로 꽉 찬 커다란 트렁크가 세 개, 베란다에 처박혀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찾아야 하는 책들이 그 안에 있을 것 같건만 더 이상 책 무더기를 만들 수가 없어 전전긍긍 "정리해야 해"만 외치고 있다

게으른 탓이기도 하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기왕 책 정리를 해야 하니 이번엔 그럴듯한 서재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달걀 마리에 인 계란 장수 처녀처럼 하루에 열두 번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가고 있다

릿속에 그린 서재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날들이 계속되고

이젠 타성처럼 생각만 오갈 뿐 책 더미에 손을 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잔칫날 먹으려고 사흘 굶는다더니 근사한 서재 그리다 앉아 있을 공간마저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어지러진 방을 보니 수집 강박증이라던가 노인들이 쓰레기 더미들을 쌓아놓고 살고 있다는 보도들이 생각난다

이러다 책 더미에 쌓여 옴짝달싹 못하는 날이 올 것만 같다

그리 생각하건만 행동이 쉽지는 않다

책 더미에 둘러싸인 한경이 그리 싫지 않은 것이다

내게 수집 강박증 증세가 있는 것도 같다

이젠 흐뭇하기보다는 불편해지고 있으니 정리가 시급하기는 하다

근사한 서재는 아니더라도 편리한 책장 하나 마련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책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적재적소에 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뿐이다

욕심껏 들여놓은 책들 중에서 필요한 것만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우들의 책 나눔이 잦아졌다

쌓아 놓기만 할 게 아니라 이젠 나눔이 필요한 때이다

책 정리 이제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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