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를 이기는 법

by 우선열

예사 더위가 아닙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긴 여름날 한두 번 겪는 열대야는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 있는데

계속되는 열대야에 수면리듬이 깨져 버렸습니다

잠 못 이룬 밤이 계속되며 낮 시간에도 병든 닭처럼 졸고 있습니다

직선으로 내리쏘는 햇살에 실외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실내에서는 윙윙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에 마음이 먼저 얼어붙습니다

예전 같으면 삼한사온이라며 어느 정도 사람사정을 봐주었건만 세월 따라 날씨 인심도 각박해져 버렸습니다

한번 시작된 여름 더위가 쾌속 질주 중인데 올해는 장마마저 실종이라 합니다

잠시 더위의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 버린 겁니다

예년에 반갑지 않던 태풍이 그리워집니다

그마저 피해 갈까 봐 태풍 기다린다는 소리도 삼키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기습적으로 내리는 소나기는 더 덥더라고요

끈적이는 습기가 달라붙어 불쾌지수만 상승시킵니다.

주말 루틴은 커녕 평소 생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이런 게 있다면 sns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텐데요

조회수라면 목숨도 담보한다는 극성 유튜버들도 더위에는 속수무책인가 봅니다

기우제를 지내던 옛날이 차라리 그립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속수무책 더위가 지나가기만 기다려야만 하다니요

모든 건 지나가 버린다지만 그냥 지나가기야 하겠어요

흔적은 남기 마련입니다.

열대야의 상흔이 그리 크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휴대폰에 노약자들은 외출을 삼가라는 재난문자가 수시로 뜨고 있습니다만

집안도 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시대 노인 중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찬물 뒤집어쓰고 견디다 자식들이 방문하면 그제야 가동하는 게 부모 마음이지요

전철대기실에 노인들이 나와 앉아 있다는 보도를 들은 적 있습니다

옛날에는 은행이 제일이었는데 번호표가 있는 요즘에는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고

여기저기 더위를 피하는 대기소가 있기는 합니다만 역부족이지요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전철 대기실이 차라리 마음 편합니다

전철이 한가하던 시기에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만

요즘 전철은 출퇴근 시간 관계없이 늘 번잡하더라고요.

러시아워가 따로 없습니다.

노인인구가 많아져서 그런지 노약자석도 자리 차지하기 만만치 않을뿐더러

전철에서 자리 양보 받는 것도 이런저런 신경이 쓰입니다

냉큼 자리를 내어 주는 젊은이들에게는 나이 유세를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하고

모른 체 시치미를 떼는 사람들에게는 너도 늙어 봐라 하는 고약한 심정이 됩니다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양보할 때는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전철 나들이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말인데 나가봐야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합니다

열대야를 이기는 주말 루틴 하나 만들어 보아야겠습니다

더위가 피해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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