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동에는 다이소가 없다

by 우선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다이소, 국민 가게 다이소가 우리 동네 수서동에는 없다

요즈음 다이소는 대형 슈퍼마켓처럼 동네마다 한두 군 씩 있기 마련인데

우리 동네에서 다이소엘 가려면 대중교통으로 서너 정거장 움직이던가

외출할 일이 있을 때 한두 시간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성가시다.

다이소는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우리 나이에는 있는 것도 정리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니 먹는 것 빼고 소비생활은 최소화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 것에는 당장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좀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갑은 손주들을 위한 것이 된다

우리는 당장 필요한 소모품들만 구입하게 된다

그걸 해결하기 좋은 곳이 다이소이다

일단 다이소는 가격이 착하다

오천 원이 넘는 물건은 취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시중에서 일만 원이 넘는 유선 이어폰이 오천 원이다.

무선 이어폰이 편리하다지만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하니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잊어버리기도 쉽다

거추장스러운 줄을 매달더라도 유선 이어폰이 편하다.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유선 이어폰은 가느라란 줄이 문제다

조심해서 다르지 않으면 망가지기 쉽다

두세 달에 한 번은 바꿔야 한다

다이소를 가는 이유 중 절반은 유선 이어폰 때문인데

일단 다이소에 들리게 되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쇼핑의 재미는 아이쇼핑에 있다지 않은가

이것저것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오천 원 미만이니 다이소 제품들은 쉽게 손이 간다

잔뜩 사들여도 이삼만 원이면 충분하다

대형 슈퍼 물건값의 절반 정도면 살 수 있는 제품들도 많고 아이디어 상품들도 많다

동네 슈퍼보다 백원 싼 물티슈를 사러 갔더니 유리 닦는 물휴지 가죽제품 닦는 물휴지, 신발 닦는 물티슈, 화장 지우는 물티슈도 있었다

백화점에서 제법 비싸게 팔리는 클렌징 티슈가 단돈 천 원이었다

물티슈 제품 서너 가지를 다 담아도 백화점 클렌징 티슈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혹시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잠시 걱정은 했지만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처럼 싼 가격의 유혹이 크다

들고 오기 무거울 정도가 되고 말았다

무거운 걸 들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으니 집까지 갈 일이 태산이다

이럴 때마다 '우리 동네엔 다이소가 없다'는 불평을 하고 만다

신발장에는 신발 닦는 물휴지, 거울 앞에는 유리 닦는 물휴지, 옷장에는 가죽 제품 닦는 물휴지, 화장대에는 클렌징 티슈가 늘어서 있다

클렌징 티슈 외에는 거의 쓰지 않지만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길 거라 위로하고 있다

단돈 천 원으로 언젠가 쓸 수 있는 물건을 장만했으니 나쁘지는 않다

예쁜 볼펜이나 메모지, 수첩, 노트 같은 문방용품도 천 원이면 충분하다

학교 앞 문방구가 없어졌어도 문방용품을 사들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다이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 동네 수서동에도 다이소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