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초복, 늦은 장마 때문에 새벽 기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니 열대야에 시달리던 일들이 언제냐는 듯 까마득해집니다
불과 며칠 전이고 이 장마도 곧 끝나버릴 텐데 말입니다.
초복이 지나면 중복과 말복, 이어지는 더위를 감당해야 합니다.
실은 잠시 기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눅눅한 습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더위를 실감합니다
아직 남은 더위를 감당하려면 제대로 된 보양식이 필요하겠습니다
더위를 핑계로 찬 것만 탐하던 부실한 식사를 오늘은 제대로 해봐야겠습니다
여름엔 과일이 있으니 비타민은 충분할 듯합니다
과일을 즐기는 식성이니 그것만으로도 여름 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단백질만 보충해 주면 그럭저럭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름난 여름 보양식이 닭고기, 장어, 민어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인 것도 그런 이유일 듯합니다
식보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는 하지만 이런 특별 보양식 한두 번으로 보장되는 건 아니리라 봅니다
더위에 부실해지기 쉬운 식단을 보충해 보는 정도의 의미겠지요
평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것이 건강의 비결입니다
지금은 식생활이 많이 바뀌고 영양이 많은 식재료도 풍부해졌습니다만
영양가보다는 맛에 치중하는 조리법과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달거나 짜거나 매운 자극이 심한 음식들입니다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깎아냅니다
맛은 있을지 몰라도 알맹이는 덜어내고 쭉정이만 먹는 꼴이 된다더군요
음식은 원재료 생긴 그대로 통째 먹어야 제대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조리도 간단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합니다
조리기구가 좋아진 요즘에는 찌도 볶고 튀기고 굽고 하는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요리마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는 정체 모를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케이크 보양의 장어 요리도 있고 고기 같은 야채 요리도 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예쁘고 맛있습니다만 배는 부른데 먹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젊은 시절에 아가씨들은 데이트하는 동안 얌전한 척 하느라 조금 먹고 집에 돌아와 허기를 메우느라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먹었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지요
우리 어머니들이 외식 후 집밥을 찾는 모습과 같습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는 거라며 외식을 하고 났지만 그래도 집밥이 그립던 일은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초복 날, 민어 장어 힘이 불끈 솟아오를 것 같은 식재료를 제치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가 그립습니다
엄마표 된장찌개도 물론 맛있습니다만 할머니 된장찌개와 다른 것은 재료입니다
할머니는 밭에서 금방 따온 고추와 호박, 아직 흙이 마르지 않은 포슬포슬한 감자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셨거든요
된장도 물론 손수 재배한 콩으로 직접 만드신 토종 된장입니다
두부가 들어가는 날은 두부도 손수 만드셨습니다
금방 만든 뜨끈뜨끈한 두부, 갓 수확한 채소들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얼마나 맛있었게요
비닐봉지에 담아 마트에서 사 온 채소들이나 두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입니다
하지가 갓 지난 이맘때 감자도 맛이 일품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감자를 소금 찍어 먹거나 갓 쪄낸 옥수수를 마치 하모니카 불듯 입에 물고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마침 오늘은 장마 덕에 더위가 주춤합니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어도 견딜만할 듯합니다
평소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된장찌개를 끓여 보고 싶습니다만 그건 그냥 기억으로 남기려 합니다
종종걸음으로 마트에 나가 진열된 채소들을 골라야지요
감자와 호박과 고추,운이 좋다면 호박잎 까지, 가능하면 싱싱한 채소를 구입해 보려 합니다
두부와 된장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야 합니다
엄마표 된장찌개 같은 구색입니다
맛은 보장될지 모르겠지만 그리움은 듬뿍 담길 듯합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하는 된장찌개
할머니가 해주시던 부채질 바람이 불어올 듯합니다
웬만한 더위쯤 문제없습니다
초복 보양식 이만하면 최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