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사유의 사유'에서
남는 게 시간뿐인 백수건만 시간을 맞추는 일은 늘 어렵다.
특별한 일은 없건만 일상의 틀을 깨기가 부담스럽다.
남의 집 잔디가 푸르러 보이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은퇴 후의 생활은 유유자적 마음 가는 대로 누릴 수 있을 것 같았건만
마음이 가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할 수도 없다
활동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창 넓은 창가에 밝은 햇살아래에서 책이나 읽겠다'
'가끔 분위기 좋은 서점에 나가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신간 서적을 돌아보는 일도 재미있겠다'
'마침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책이라는 공통의 화제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는 낭만에 지나지 않는다
침침해진 눈은 책을 거부하고 한 번 나들이를 하려면 이런저런 제약들이 따른다
허리가 아프고 대중교통에 시달리는 일도 까마득하다
자칫 서점에 잘못 들어갔다간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의 분위기를 깨뜨려 물 흐린다는 소리를 듣고 만다
나이 제한이 없어도 알아서 출입을 삼가야 하는 공간들이 있다
신간 서적이나 두어 권 사서 갓 인쇄된 책들의 냄새를 맡는 즐거움은 쌓여있는 책들 앞에서 한숨으로 변한다
책이 짐이 되고 만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정리해 두어야 남의 손을 빌리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들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이렇게 서점나들이나 하면서 노후를 보내려던 생각이 무너져 내렸다
몸은 늙었는데 마음이 늙지 않는 비극이다
모처럼 의기투합한 문우들과 책방나들이를 했다
'사유의 사유'
아기자기 잘 꾸며진 분위기, 예술을 향한 젊은 주인장의 열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손을 흔들어 주는 작은 인형 앞에서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
사는 게 뭐 별거 있을까?
만나서 반갑고 즐거우면 된다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정리하기 위해 태어난 삶은 없다
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은 영위되어야 하고 배움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그게 삶이다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어 책 한 권을 골랐다
대단한 꿈은 아니어도 좋다
살아가는 동안은 살아 있음이, 배우는 즐거움이 축복이었으면 한다
책방' 사유의'사유'에서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난로 위의 눈과 같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노후의 여유자작한 생활, 나이 먹듯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본인이 만들어야 한다
나이 듦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