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지만 함께 하는 글쓰기

by 우선열

혼자 노는 걸 좋아한다.

책 읽기, 글쓰기는 물론 산책도 혼자 하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웃으며 걷는 것도 즐겁지만 그럴 땐 동행인의 속도를 맞춰야 하니 흡족하지는 못하다 '

나는 조금 빠르게 걷는 걸 좋아하고 자주 걸음을 멈추는 편인데 내 속도와 맞는 친구를 찾기 어렵다

걸음이 느리거나 자주 멈추는 걸 못마땅해하는 친구도 있다.

내게 맞춰주려고 신경을 써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친구가 불편한 걸 참고 있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인다

친구와 걷는 건 놀이로 혼자 걷는 건 산책으로 정해 놓았다

노는 것도 좋아하고 산책도 좋아하지만 서로 다른 즐거움이다

다른 건 부족하거나 싫은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도 그렇다

혼자 하는 일이지만 같이해서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독서 클럽이나 글쓰기 교실 같은 모임이다

독서클럽은 일반인들도 많이 하는 모임이다

혼자 읽는 것보다 같이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읽은 후 독후감을 나누는 재미도 있다

같은 책을 가지고도 여러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걸 나누면서 읽는 즐거움이 커진다.


글쓰기는 산책이나 책 읽기보다 조금 더 은밀하여 혼자 하는 작업이라 생각했는데

글쓰기 교실에서 같이 하니 배우는 즐거움이 더 크다

바둑의 훈수 같다고 할까, 내 것은 잘 볼 수 없지만 남의 잘못은 발견해 내기 쉽다

내 글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맞춤법이나 혼재된 표현들이 남의 글에서는 잘 보인다

그걸 보면서 내 글을 발전시킬 수 있고

내 글을 읽은 후 직접 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쓰기가 외로운 작업인 것은 글은 글을 통해 공감을 얻는 일이지만 그것이 직접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독자의 반응을 작가가 직접 알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유명 작가의 경우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 알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편이지만

무명작가이거나 나처럼 글쓰기 연습생인 경우는 내 글이 읽힐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SNS에 글을 쓰고 있으니 어쨌거나 발표의 통로는 있는 편이다

처음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글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글의 생명은 읽히는 데 있다.

독자가 없는 글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혼자 하는 글쓰기지만 같이 하는 글쓰기 교실이 필요한 이유이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보다 나은 표현이 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에 혼자서 풀 수 없었던 실마리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명쾌하게 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세상으로 나오는 것 같은 글쓰기 교실이다


이미 등단한 선배 작가들도 글쓰기 모임에서 서로의 작품을 읽고 평을 해주기도 한다

글을 발전시키는데 큰 몫을 하게 된다

비평가라는 전문 직업이 있는 걸 보면 전문 작가의 글도 평가받아서 제대로 된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고흐는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만

그의 그림을 알려지게 한 건 제수씨 덕분이라고 한다

제수씨의 역할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고흐의 작품들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글이나 그림이나 예술작품은 보아주는 이, 읽어 주는 이가 있어야 가치가 있다

비평가의 날카로운 비수를 통해 갈고닦아져야 작품이 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혼자 쓸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글쓰기 교실을 좋아하고 거기서 파생된 소그룹 모임도 좋아한다

농담 삼아 우리도" '청록파'같은',원현 파'야 하기도 한다

자금 혼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은 읽어 주는 이가 있어야 진가가 발휘된다

글은 혼자 쓰지만 혼자가 아니다

혼자 있는 이 순간도 혼자 있는 건 아니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독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 혼자라서 좋지만 함께라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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