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여행이 선생님께 특별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먼 길을 동행해 준 글 선배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어쩌면 그것이 이번 여행의 진자 목적일 지도 모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법이라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당해야 했다
문우의 등단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마음속 허전함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출발선은 같아지만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무엇보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있어 가장 가까운 문우였다.
연륜과 학식과 경험이 남달랐으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나만 뒤처지는 듯 감정에 빠져들었다. 뭔가 해야 했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헝클어진 심사를 다스려야 했다
낙천적인 성향이 도움이 되어 자신을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독학으로 시작한 글쓰기 공부이니 잘못 고착된 부분이 많았다.
가장 힘든 부분은 말을 늘어놓기는 하나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이미 낙서가 된 종이에 그리는 그림같이 지우는 지난한 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각성하고 나니 마음은 가벼웠지만 필력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자신과 싸워야 했다
그럴수록 글은 산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고지가 눈앞이고 바로 앞에서 등대 불이 반짝이는데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 "공모전 출품해 보세요" 선생님 말씀하셨다
선배의 격려도 뒤다랐다..
어쩌면 공모전 출품이 내 글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도 있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등단에 앞서 공모전 출품 경력이 필요할 것 같기도 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형국이었지만 모르는 게 약이었을 수도 있다.
부족한 글이었다.
미리 읽어준 문우들이 지적해 준 부분을 고치지 못하고 출품해 버렸다
일종의 아집이다.
알면서 고치지 못한다
앞으로 내가 고쳐 나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글은 내가 쓰지만 읽는 것은 독자들이다.
쉽게 쓰되 읽기 좋아야 한다.
읽기 쉽다고 쉽게 쓰면 자칫 경박해질 수 있고 무거우면 오만한 글이 되기 쉽다
오만은 겸손을 이기지 못한다지만 이번 글은 겸손이 아니라 비하일 수도 있었겠다
'자신의 서러운 환경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그 부분이 너무 길어진 것은 흠이다 ' 심사 평중의 한 대목이다
'수필은 누구나 쓰지만 아무렇게나 써서는 안됩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수필 문학의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어느 문학의 형태보다 품위 있는 글이 수필입니다"
이번 문학상에서 대상을 탄 수상자의 수상소감이다
잠시 숙연해졌다
이제껏 써온 글이 부끄러워졌다.
통영까지 먼 길을 기꺼이 동행해 준 선배의 말처럼 어쩌면 이번 여행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야 한다
글은 혼자 쓰는 게 아니다
우둔한 감성과 필력을 일깨워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과
앞서가는 선배들의 발자취, 동고동락하는 문우들의 격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이어야 한다
돌아오는 길, 초승달이 예쁘게 떴다
이제 막 방향을 돌린 초승 달이다
나도 그렇게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
이번 여행이 특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던 선배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