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스럽기만 한 더위도 이젠 한 풀 꺾이겠습니다
8월입니다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지고 더위가 혹독해지긴 했습니다만 8월 중순만 지나면
제아무리 극성스러운 더위라 할지라도 퇴로를 모색하게 되지요
아침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겁니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를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입니다
이렇게 시작해 보지만 아직 남은 8월의 더위는 힘겹습니다
패잔병의 퇴로가 더 잔인한 법이지요
보름 남짓한 시간을 버텨야 더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름 태생인 나는 더위에 강한 편이지요.
태어나 제일 처음 본 것을 어미로 안다는 오리 새끼처럼 더운 여름이 세상인 줄 알았다며
이제껏 더위에 강한 체질을 자랑해 왔습니다.
올해는 다르더군요,
세월 탓인지 나이 탓인지 올여름은 유난히 더위 탓을 하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하느라 제대로 한일이 없는 7월이 훌쩍지나고 말았습니다.
건망증이 심해지기는 했습니다만 도대체 7월에 한일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더위만 남기고 실종해 버린 듯합니다
오는 8월은 정신 차리고 맞이해 보려 합니다
비어버린 7월을 채우려면 두 배 더 노력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비워야 채워진다고요.
깨끗이 비워진 7월이니 8월은 빼곡히 채워보려 합니다
7월 몫까지 두 배로요
8월 맞이가 다소 과장스럽긴 합니다만 그럴 수 밖에요
8월엔 내 생일이 들어 있거든요
"새 달력엔 아빠 생일이 들어 있다. 새 달력엔 엄마 생일이 들어 있다'
어린시절 부르던 동요가 생각납니다
태어난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8월은 특별합니다
한자락 깔고 들어가도 되는 거지요
어린 시절엔 팡파르를 울리며 생일 축하를 해주는 걸 좋아했습니다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거든요
철이 들면서 생일은 부모님을 위한 날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고 말해주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되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살다 보니 그런 날이 오더라' 할 수밖에요
알고는 있었지만 관행이랄까요?
늘 해오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지는 않았습니다
생일은 나를 위한 날이었지요,
잠깐 부모님을 떠올리고 감사하던 시간이 길어졌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생일날 어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이젠 내가 끓여 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는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 하는 날들이 한번, 두 번, 세 번 ···, 그렇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맞게 된 이번 생일, 어머니는 이제 내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나는 올여름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첫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할 거야'
어린 왕자의 말이지요
8월을 기다리느라 내 7월이 더 혹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8월을 맞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젠 8월, 더 이상 부정만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어머님이 안 계신 내 생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어머님이 내게 간곡히 바라시던 일을 해야겠지요
"이만하면 됐다" 어머님 생신에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입니다
"너 잘 되는 것만 봤으면 좋겠다" 한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꼿꼿하던 성품에 들어 내놓을 수 없던 마음을 간곡히 표현하셨습니다
부족한 딸이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어머님 그 말씀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어디에 계시던 어머님은 우리를 지켜 보아주실 겁니다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입니다
8월 달력엔 내 생일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