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삶

by 우선열


100세 시대라 한다. 전반적인 삶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노후가 길어진 듯하다. 길어진 노후에 대한 대비 특히 노후 자금이 관건이다 .살아오느라 바빠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가까스로 준비했더라도 예상보다 길어진 노후 앞에서는 부족하기 일쑤다. 넉넉히 마련했다 생각해도, ‘얼마나 더’라는 불확실성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린다. 축복 같으면서도 부담스러운 시간, 그것이 길어진 노후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건강하다면, 그 시절은 마치 인생의 두 번째 황금기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 젊을 때 미처 배우지 못한 것들을 새로 익히고, 놓쳤던 꿈을 찾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나는 지금 그 길목에 서 있다.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려 애쓰고, 글을 쓰며 젊어서 하지 못한 일을 하나둘 해보는 중이다. 욕심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주는 기쁨이 크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언젠가는 나도 남의 도움 없이는 지내기 힘든 날이 올 것이다. 부모를 모시던 예전 세상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한 자녀가 부모와 장인·장모까지 네 명을 돌봐야 하는 형편이 될 수도 있다니, 그 무게를 짐작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결국 국가와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후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있다. 나는 아직도 스마트폰 기능 하나 제대로 익히려면 한참을 헤맨다. 복지 제도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놓치는 경우가 많다. 꼭 누군가 알려주고 도와줘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라 여겨지지만,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두었다. 가능한 한 주변에 짐이 되지 않고, 평화롭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서다.


나는 지금 은퇴 후의 시간을 혼자 지내고 있다. 자유롭고 즐겁지만, 불안도 있고, 때로는 막막하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피할 수 없는 과정을 받아들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내고,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일 것이다.


노후는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언젠가 다다르게 될 그 길,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하고, 더 나아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길어진 노후가 축복이 될 수 있기를, 내 삶도 그 흐름 속에서 잔잔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