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출품을 준비하며
“온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의와 질서,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들끓는 욕망과 근원은 알지도 못할 혼돈과 방황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아브락사스는 내 안의 악마라고 해도 좋을 욕망과 고통을 외면하거나 통제해야 할 악이 아니라,대면하고 수용하도록 돕는 신이다.”
-2025년 8월 2일자 중앙일보 선데이 칼럼, 이주향 님의 ‘아브락사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중 일부다-.
이 글귀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지금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기 때문이다.'나이 칠십은 뜻대로 행해도 하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는데 나는 여전히 질서보다는 욕망과 혼돈, 방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외면하고 통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대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문장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나는 지금, 내 안의 아브락사스를 만나야 한다.
함께 공부하던 문우가 있다.같은 시기에 입문해 우리는 유난히 가까웠다. 서로의 초고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눌 만큼 마음을 터놓는 사이였다.어느 날, 선생님의 권유로 나는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했다.그 친구는 공모전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레 출품용 초고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 그는 뜻밖에도 “이번엔 나도 출품할 테니 네가 양보해 달라”고 했다.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가다듬었다.공모전은 우리 둘의 경쟁이 아니라, 수많은 문인들이 참여하는 장이다.내가 출품한다고 해서 그가 당선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내가 노력해 준비한 글을 포기할 이유도 없었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다른 문우들이 오히려 나를 격려해 주었다.“그건 양보할 일이 아니야.”덕분에 용기를 얻어 출품 할 수 있었고 다행히 내 작품은 말미에라도 당선작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 일은 그렇게 끝난 듯했다. 얼마 후 또 다른 공모전에 출품할 기회가 생겼다.독후감 부문이었는데, 문제는 해당 도서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다.인터넷으로라도 찾아보라는 조언에, 나는 선배 문우에게 도움을 청했다.그 선배는 앞서의 일을 잘 알고 있었고, 누구보다 나를 지지해 주던 분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다른 문우도 같은 공모전을 준비 중이니 이번엔 양보하는 게 어때요?”순간, 마음이 무너졌다.공모전은 양보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는 일인데,마치 내가 누군가의 앞길을 막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수많은 공모전 중 하필 같은 곳에 출품한다는 이유로 양보를 권유받는다는 것이 뜻밖이었다
나는 아직 글쓰기의 새내기다.내 글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인 평가를 받고 싶다.그것이 내게는 공부이자 성장의 과정이다.그럼에도 누군가의 욕망으로 보일까 두렵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내 안의 혼돈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했다.욕망과 방황의 시간을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아브락사스가 말하듯, 그것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대면과 수용의 자세여야 한다 .공모전은 나에게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내 글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스스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혹시 상을 받게 되어 누군가와 경합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기꺼이 양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배움의 길 위에 있는 나 자신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다.나는 지금 혼돈과 방황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겠다.그 속에서 새로운 길, 새로운 답을 찾아갈 것이다.그것이 내가 아브락사스를 만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