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르다. 듣고 싶은 노래와 자주 듣는 노래가 다를 수 있다. 나는 명랑한 노래를 자주 듣지만 좋아하는 노래는 조금 감성적인 노래 들이다 . 자주 듣는 노래들은 경쾌해지고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노래들이다. 정수라의 대한민국, 거북이의 빙고, 클론의 쿵따리 싸 바라 같은 노래들, 지금은 거의 고전이 되어 젊은이들은 "이런 노래가 있었어?" 할지도 모르겠다. TV를 자주 보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으니 요즘 노래는 거의 알지 못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BTS 노래도 하나도 알지 못한다. 사는데 불편은 없지만 가끔 혼자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한다. 낙천적인 편이니 부정적인 생각은 곧 잊어버린다. 자주 듣고 내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긴다
어쩌다 지인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면 꼰대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요즘엔 복고풍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러려니 넘어가 준다. 오히려 스스로 낙오자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최근에 '좋다'라고 느낀 노래들이 대부분 지난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동안 내 플레 키이스트 1위였던 위스키 언더락은 최성수 노래를 김연지가 리메이크한 다음부터였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도 에일리의 노래로 듣는다 .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건 분명히 모험을 싫어하고 안전한 것을 탐하는 늙은이 기질이다 . 시대를 거꾸로 갈 수 없다며 신문물을 배워야 한다고 외치지만 실생활에서는 옛 것에 안주하고 만다. 하긴 70년 살아온 생활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늦게 배운 컴퓨터 실력은 능숙하지는 않지만 생활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되었고 요즘 AI을 조금 더 열심히 배우고 있다. 또래 사이에서는 AI 계의 BTS로 불리기도 한다 . 좋아하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열심이지만 하다 보니 AI 가 친해지기는 한다 .
거북이의 빙고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저녁에는 최성수의 위스키 언더락을 듣는다. 유행가 가사는 꼭 내 이야기 같다.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 낼 수 없잖아 '하며 나를 위로하고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하는 부분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이입에 빠져든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르지만 하다 보면 좋아지기도 하는 게 해야 하는 일이다. 명랑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즐거운 하루가 된다. 저녁이 되면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들으며 첫사랑의 애틋한 감성에 빠져들기도 하고 위스키 언더락을 들으며 삶을 돌아 본다. 자주 듣는 노래는 명랑한 노래지만 저녁시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 시간에 듣는 노래를 좋아 한다. 위스키 언더락을 들으면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삶에 취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늘은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로 마무리해보려 한다.그 시절이 있어 행복했다.아마 나는 지금 약속한 첫눈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