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적한 시골집이었다.
유명 산이나 강이 배경인 곳도 아니고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건물도 아니다.
지나가다 한 번쯤 들러 봄직한 한적한 중소도시의 평범한 복이네 한정식 집
기와를 얹은 낮은 흙돌담 위로 날아갈 듯한 처마가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고향마을 입구에 선 큰 나무와 정자를 발견한 듯하다
객지를 떠돌던 지친 나그네가 돌아 와 오랜만에 동구 밖 정자나무 아래서 고향 집을 바라보는 심정이 이러할까?
안심하고 쉴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든다
현관 입구에 항아리 몇 개가 무심히 놓여 있다.
"왔냐?" 몇 년 만에 찾은 친정집에서 마치 아침에 나간 딸을 맞이하듯
한결같던 아버님 목소리가 들릴 듯하다
천장엔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있다
고향 집 대청마루에 누워 하나 둘, 세어 보던 나무들.
심심한 날엔 제법 놀이가 되어주곤 했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철 따라 미숫가루나 감자 고구마 찐 것들을 놓아 주시곤 했다
창가 자리에 앉자 넓지 않은 뒤뜰에 울긋불긋 단풍이 손에 잡힐 듯하다
무너져 내릴 듯한 산기슭을 멈추게 하는 건 흙 돌담
"여기까지야"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에 그려 놓은 선 같다
물밀듯이 내려오던 단풍이 멈춰 섰다
최후 정지선은 돌담
가을 단풍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담 안에는 11월의 장미가 피었다.
고혹적인 장미. 한 송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 여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서 씨처럼 힘이 세다
'마당 안은 안전해'
장미가 말한다
단풍과 장미가 돌담을 경계로 마주하고 있다
먹는 걸 잠시 잊어도 좋았다
때맞추어 나온 음식도 고향 맛이 물씬
구수한 숭늉과 시래기 나물이 화룡점정이다
하마터면 고향의 대청마루에서 처럼 누울 뻔했다
돌아 나오는 길, 무엇인가 아쉬워 뒤돌아 본다
색색 네온 간판이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주던 어머님 모습 같다.
고향 집이 그리울 때 다시 찾아 와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