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웨이브 센터, 스타벅스에서

by 우선열


강물에 떠있는 서울 웨이브 센터, 배도 아닌 건물이 강물에 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만고풍상을 겪으며 볼 꼴 못 볼 꼴 다 보았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도 안 그런 척 시치미를 떼지만 슬몃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군자는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때문에 짐짓 태연을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시골 사람들은 서울 오자마자 한강부터 구경하고 유람선 타는 코스를 즐기지만 막상 서울에 살면 언제든 갈 수 있는 한강이 된다. 치일 피일 미루다 보면 죽기 전에야 '아차! 한강' 할 수도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기회가 있을 때 나서야 한다. 날이 좋아서 날이 안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핑계 대다 보면 서울 촌놈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한강 산책을 나선 이유이다.

시리도록 푸른 강과 하늘이 만나고 맨몸으로 의연하게 추위를 견디고 서 있는 나목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었지만 그것들이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잔득 움추린 몸으로 강가를 걷다기 멀리 강에 떠 있는 건물이 보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동구 밖 정자나무처럼 반가워졌다.

건물에 도착해서도 외관을 돌아 볼 여유는 없었다. 일단 추위를 피해야 했다.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쉬게 해줄 스타벅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다리를 건너 건물로 들어가니 스벅은 귀퉁이에 처박혀 있는 듯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성경의 한 구절을 떠 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다행히 실내는 따뜻하고 안온했다. 벽면과 천정의 아름다운 장식물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스르르 마음의 빗장이 풀려나갔다. 강을 바라볼 수 있게 배치된 창가 의자에 앉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듯했다. 피로와 추위가 한꺼번에 물러나고 새로운 활력이 솟구치는 것만 같다.

카페 문화를 만든 사람을 축복하고 이 자리에 스벅이 있음에 감사한다. 따스한 생강차와 캐머마일을 한 모금 마시니 세상이 온통 내 것 같다. 창밖에는 푸른 강물이 넘실거리고 겨울 햇살이 밝게 퍼진다. 햇살이 강물을 만나 펼치는 유희는 윤슬이 되어 반짝인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잠깐 졸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