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공원에는 '시의 공간'이 있다

by 우선열


노을 공원은 월드컵 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시야가 넓어지니 마음의 자리도 넉넉해지는 듯하다.탁 트인 시야가 십 년 묵은 체증도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좋은 걸 누리려면 마땅 히치러야 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높은 곳까지 걸어 오르려는 노력수고는 감당해야 한다. 맹꽁이 차가 있어 편하게 오를 수도 있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천천히 걷다 보면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높이에 따라 달라진다. 걸어서 오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홍복이다.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는 초행길을 염려하여 맹꽁이 차를 타고 오르고 걸어 내려왔다. '다음번엔 꼭 걸어 올라가야겠어 ' 몇 번이고 다짐을 했지만 실은 노을공원 입구까지 가는 여정도 심상치 않았다. 전철을 이용했으니 월드컵 공원 역에서 부터 시작이었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기다리거나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아 노을 공원 입구에서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선택이었다기보다는 현실이었지만 노을공원은 이모든걸 보상하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는 맹꽁이 차를 기다리면서 웨딩촬영에 나선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희망찬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듯 흐뭇해졌다. 맹꽁이 차를 타고 오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그야말로 속이 시원해졌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한강의 일부만을 바라보던 눈에 도도한 한강물과 주변 도시 풍광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 했던가? 높이가 한강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노을공원에서 노을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나친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시원함만으로도 만족한다. 다음번엔 '노을을 보러 오자' 기약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설레는 일이다.

한강에서 얻은 정기로 내려갈 때는 걷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공기는 맑고 시야는 시원하게 트였다. 구부러진 흙길을 걷는 묘미는 도심에서 좀체 누릴 수 없는 호사이다. 잘 다듬어진 흙길이라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풍광도 좋았지만 넓은 공원 마당에서 곳곳에 근사한 조각물도 볼 수 있었다. 자연과 예술은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더 아름답다. 즐기지 못하면 흙에 묻힌 옥과 같다. 아름답더라도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조각품에 남다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좋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맹꽁이 차에서 헤어진 젊은이들은 웨딩촬영 장소까지 내려오면 더시 만날 수 있다. 그들의 행복이 다시 한번 전염된다. 특별히 나는 보고 싶었지만 차를 타고 찾지 못해 포기했던 '시의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조각 공원을 이리저리 거닐다가 발견한 것이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 한다. 포기했다가 찾은 기쁨은 그냥 찾은 것의 두 배, 노을 공원 탐방 이만하면 되었다. 시의 공간은 노을 공원의 백미라 감히 말하고 싶다. 바람의 통로를 통해 여백의 미를 발견한다. 잠시 바람이 되어도 좋았다

다만 노을을 보지 못한 여정이었다는 것, 조각 작품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건성으로 보아 넘긴 것, ' 시의 장소'에서 촬영 포인트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 이 또한 다행이다. 솔직히 월드컵 공원을 다녀왔다고 큰소리치고 있었지만 노을공원을 샅샅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