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20대에는 귀엽고 애교 있는 스타일을 꿈꾸었다
3~40대에는 지적이고 세련된 여인, 5~60대에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원숙한 모습이고 싶었다.
70을 넘어서니 이젠 성호르몬의 저하로 중성이라 한다
또래 사이에서 마누라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한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시기별로 이상형을 그려두었지만
내부에는 언제든 팜므 파탈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덕이나 관습에 얽매어 본성을 억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70대가 되어서야 해보는 생각이다
만약 그 시절 이상향이 아니라 과감하게 팜므 파탈을 실천했더라면 70대인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단 한순간이라도 일탈해 보았다면 호랑이 같은 위엄보다 고양이 같은 애교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지 않았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어느 길을 가더라도 남게 마련이니 해보고 후회했어야 한다는 미련이 남는다
나이 드는 것이 슬픈 이유는 몸은 늙는데 마음은 늙지 않는 데 있다더니 딱 그 모양새이다
이제 와서 팜 므파탈을 꿈꾸어 본다.
오해는 말길 바란다.
이제는 그만한 힘도 없고 호기심도 없지만 추억은 남아있다.
추억 속에서 한 장면을 붙들어 백설공주가 되었다가 유관순도 되어 보고 클레오파트라가 되어 보기도 한다.
가상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이니 추억 속의 장면들을 끌어내어 볼 수도 있겠다
얄팍한 심사이긴 하지만 일탈이라면 지고지순한 여인상보다는 세상을 뒤흔드는 마녀도 좋을 것 같다
일탈의 묘미는 되돌아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한 번쯤 속마음을 끌어내 봄직도 하지 않을까?
생의 한가운데에 니나를 동경한 적도 있고
제인에어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었던 적도 있지만
동접이라는 소설 속에 애첩이 부러워졌던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희생을 담보로 한 사랑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한 사랑을 받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작 전쟁이 발발하자 본처를 데리고 피난을 떠나고 어린 첩 혼자 남겨진 비극이었지만
한순간만이라도 자신의 본능에 충실할 수 있었다면 살아 있음을 확인 한 것인지도 모르겠디
세기의 바람들이 카사노바도 사랑한 매 순간 만큼은 진실이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인스턴트식 사랑을 폄하하며 애틋한 갑돌이 갑순이의 사랑을 치켜세우지만
그건 시대에 의한 가스라이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열녀문을 세우고 남편을 위해 따라 죽는 걸 강요하거나 추켜 세우는 건 분명히 옳은 일은 아니다
지고지순한 사랑도 강요나 관습에 의한 것이라면 그런 유에 속할 수 있다
그런 사랑의 아름다움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사랑은 모름지기 순애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진부한 사람중의 하나 일 뿐이다.
과거처럼 여성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던 시대를 말하려는 것이다
내게는 그 시절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팜므 파탈을 꿈꾸어 보지만 꿈에서 그친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친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의 팜므파탈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동서양과 시대의 차이를 극복하더라도 그녀는 그녀의 욕망과 자신의 본능에 충실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현재의 도덕적 잣대와 관습을 배제하고 행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 당시로서도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본능이었건 권력을 지키기 위한 야심이었 건 그녀는 행동했다.
행동하지 않는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행동해야 꿈이 이루어진다
연령대로 바뀌던 여자로서의 내 꿈의의 원천은 그시대 여성상 현모양처로 귀결된다
마음속에 품었던 팜므 파탈은 행동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일탈보다는 일상이 중요한 사람으로 도덕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여제는 못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예카테리나 여제가 부러운 것은 아니다.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영위해 나가는 것은 소시민들이다
모두들 팜므파탈을 꿈꾼다면 도덕적일 수 없다.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일탈로 팜므파탈을 꿈꾸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록 이것이 시대적 가스라이팅이라하더라도 그시기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믿는다
언잰가는 고쳐질 날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당해 낸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내게 팜므파탈은 역시 행동하지 못하는 꿈일 뿐이다.
꿈에서나 가능한 일탈,
어짜피 인생은 한바탕 봄날의 꿈과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