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후를 위하여

by 우선열



나이 탓인가? 요리가 이전처럼 즐겁지 않다. 호르몬 탓이라고도 한다. 나이 들면 호르몬의 변화가 생겨 여성은 남성화되고 남성은 여성화된다. 은퇴한 친구들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집안에서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 들이다. 남자들은 주부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직장 일을 하느라 바빴던 남자들이 다른 사회활동에 미숙한 탓이라는 견해도 있다. 젊어서는 여자들이 부부동반 외출을 원하고 늙어서는 남편들이 부인과 함께 다니기를 원한다.

실제 친구들 중에는 남편이 집에만 있다거나 따라 나오려 해서 귀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외출 시에 삼식이 남편 식사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일이 벅차고 어디든 따라나서는 남편도 반갑지가 않다. 외출해서까지 시중을 드는 게 힘든다. 남편은 직장에서 은퇴를 했지만 집안일을 한 주부들에게는 은퇴도 없다.

나이 들어 늘 사이좋게 붙어 다니는 부부들이 있다면 그건 행운에 속한다. 남자가 은퇴 후에도 돈을 벌거나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 오기 시작한 후 경제권은 대부분 여자들이 가지고 있다. 남편들은 은퇴 후 일거리도 없고 돈도 없다. 부인 처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재빨리 현실을 눈치채고 적응하려 애쓰는 남편은 현명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만 할 뿐 제대로 변하려 하지 않는다. 황혼이혼이나 졸혼 등의 신풍속도가 생기는 이유이다. 평생 남편 뒷바라지와 집안일에 시달려온 부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가족 벌어먹이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느라 가족을 돌볼 수 없다는 말도 이해가 되지만 줄다리기만 하고 있어서는 서로간에 불행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나 때는 말이야'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즉시 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은퇴한 남편들이 요리학원에 많이 다니는 이유이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해온 여자들에게는 요리가 지겨운 노동이지만 새로이 요리를 배워보면 즐겁기도 하다. 요리처럼 변화무쌍한 일이 또 있을까?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각자 내는 맛이 달라진다. 4~50년 주부 경력의 여자들이야 눈 감고도 해내는 요리이니 그저 생활의 일부이지만 처음 하는 사람들은 신기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대부분 여자들의 음식 솜씨는 나이 들면 변하기 마련이다. 정성이 빠지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은 호르몬의 변화로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들은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여 좀 더 세심해지니 정성껏 요리를 만들게 되고 맛있어진다. 늙어서도 사랑받는 남편이 되고 싶다면 이렇게 빨리 변해야 한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 하나는 사는 동안 부부 중 누구 하나는 한번은 혼자가 된다. 같은 날 동시에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과 같다. 사고가 아니면 현실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다. 여자든 남자든 혼자 사는 기간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여자들이야 맛이 있건 없건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다. 대충 먹더라도 챙겨 먹을 수 있다.

삼식이 소리를 들으며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남자가 문제이다. 편의점 음식도 있고 외식도 가능하고 손쉽게 끓일 수 있는 밀키트도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걷는 아기는 없다. 갑자기 당면한 현실 앞에서는 당황하기 쉽다. 한두 번 굶다 보면 처량해진다. 뼈저린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요리 학원은 안 가더라도 부인 도우며 설거지와 한두 가지 요리 정도는 배워두는 게 옳다

남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내가 문제다. 평생을 직장과 집안일을 겸하여 집안일은 서툴면서도 지겹다. 해야 하는 일에서 놓여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은퇴 후 삶이 즐겁기는 하나 먹는 건 대충이다. 음식은 가족을 위해 만드는 것이었다. 이 나이에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변변찮은 음식 솜씨에 호르몬 변화까지 겪으니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지도 못한다.

'살기 위해서 먹느냐, 먹기 위해서 사느냐 ' 끝이 없는 명제를 혼자 고민한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다. 잘 먹어야 잘 살 수 있다. 솜씨며 호르몬이며 핑계 대지 말고 나를 위한 정성 어린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일, 노후가 건강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