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정상이에요

그래야 새로워질 수 있을테니까요

by 정우성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안해졌다. 그건 몹쓸 천성 같았다. 괴로워하면서도 벗어나질 못했다. 벗어나려고 애쓰느니 받아들이는 길을 택했다. 누가 내 경력을 얘기하면서 “그만하면 이제 익숙하지 않아?” 물을 때마다 대답했다. “아직도 매달 불안해.”


<경향신문> 45기로 입사했다. 사회부 수습기자 생활을 경험했다. <레이디 경향>에서 1년 반 남짓 일했다. <GQ>에서 꽉차게 8년 동안 일했다.


<경향신문>에는 몇 꼭지의 기사가 실렸다. 십여권의 <레이디 경향>과 96권의 <GQ>를 만들었다. 작년 7월부터는 <ESQUIRE>에서 일했다.


이젠 정확히 안다. 불안이야말로 새로움의 거의 유일한 조건이며, 안정하는 순간 그냥 툭 하고 끊어져버릴 수도 있다는 걸. “거 잡지를 뭐 그렇게 비장하게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 정도로 순정하지도 않으면서 네가 지금 뭘 제대로 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겠다. 몇 번이나 의심했어도 대답은 늘 같았다. 익숙해진 적 없다.


지난 1년 남짓도 그렇게 살았다. 익숙해지는 건 죄 같았다. 얻은 건 다 버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해온 분야라고 해서 '전문분야'라고 부르는 일조차 부끄러웠다. 모든 걸 놓고 다시 하나하나 얻고 싶었다. 그랬더니 진짜로 불안해졌고, 그럴 때만 편안해지는 마음을 가까스로 다시 만났다. 벌판이야말로 평화로우니까. 시야가 희미해서 마음이 선명해졌다. 정해진 것은 있는 듯 없었다.


'종이 매체의 몰락' 같은 말이 거슬렸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좋은 콘텐츠는 알아서 살아남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걸 나눠서 생각하는 일이야말로 지루하다. 매달 잡지 한 권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삶에 대해, 더 가치있는 콘텐츠에 대해 조금 더 정교하게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젠 나를 좀 드러내도 되겠다 생각했다. 나는 12년차 잡지 기자다.


늘 불안했고,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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