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 스치려면 최소 포옹임.
모든 건 내 선택이고, 그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다.
사람도, 일도, 순간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타이밍에
마음이 움직이고,
어쩌다 마주친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걸 보면
운명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우주의 한 점에, 우주의 먼지 속
당신과 내가 만나게 되었고
스쳐 지나가 헤어지게 되는 것도
어쩌면 정해져 있는 걸까?
7월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사실 두 달 전 5월에도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그땐 아쉽고 많이 속상했다.
(하지만 남자니깐 울진 않았음)
그런데 비슷한 공고가 다시 떠서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두 개의 회사에 합격한 후
고민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
(처음으로 행복한 고민을
해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꽤나 짜릿했음)
지금은, 7월에 함께 입사한 동기들과 잘 지낸다.
잘 지낸다를 넘어 매우 친하게 지낸다.
특히 같은 사옥에 있는 동기들과는
신기하게도 마음이 잘 맞아
점심도 같이 먹고, 퇴근 후에도 삼삼오오 모여
카페에 가거나 맥주 한잔 하며
서로의 하루를 풀어놓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회사동기가 아니라
이들을 친구라고 부른다.
어느새 일 얘기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성격, 고민, 가족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됐다.
더불어 신기하게도 내가 5월에 떨어지고
대신 입사했던 친구와
조직변경으로 인해 지금은 같은 팀이 되었고,
또 하나의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생겼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5월에 붙었다면
이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로
그저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겠구나.
이런 순간들을 겪다 보면 작은 선택 하나에도
어떤 흐름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운명이 아닌 우연이더라도 내게 다가온
이 우연에게 감사하는 순간이 여러 차례 있다면
그건 운명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타이밍은 그때는 아쉬움이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가장 잘 맞는 시기였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작은 우연 하나에도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아주 사소한 선택,
예상치 못한 만남,
우연히 맞닥뜨린 타이밍에도.
운명이란, 거창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라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 주는 것
이라는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그렇다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최선을 다해 살며
지금 곁에 있는 모든 것을
더 사랑하자라는 의미라고 새겨야겠다.
내 주변의 모든
우연으로 가장한 인연들.
그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우연으로 가장한 인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끝으로:)
-바람의 노래 中-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아야 해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