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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15. 2022

장덕천, <생각>.

반걸음. 

장덕천 부천시장이 쓴 <생각>을 읽었다. 그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부천시장으로 당선됐고, 재선에 실패하여 2022년 6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코로나 시대 초기였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게 맞냐 아니면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하는게 맞냐로 여당이 갈라져 싸우던 시기, 그는 당내 비주류들과 함께 선별적 지급을 주장했다. 이어지는 대선 국면에서도 그는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보편적 복지를 내세웠다. 기본소득을 주장한 후보는 대선에서 탈락했고, 그가 속한 정당은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8회 지방선거 당내 경선 탈락자 장덕천 부천시장의 <생각>을 읽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 제목은 '변호사에서 시장까지'이며, 2~4장 제목은 각각 '꿈꾸는 시장, 행복한 시장', '생각에 생각 더하기', '좋은 도시, 더 좋아질 도시'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1964년 전북 남원 출생 후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천에 정착했고, 2003년 사법고시 합격 후 2006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부천시 고문변호사로 위촉됐고,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부천 원미 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2017년에 '더불어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았고, 2018년에 66.2% 득표율로 부천시장이 된다. 책 2~4장의 주요 내용은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다짐, 부천시장으로서의 역할과 전망 등이다.


장덕천 시장의 서술에 따르면,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인 김대중의 사상과 행동에서 감탄했다는 문장이 자주 나오는데, 예를 들어 이런 표현이다. "대학 시절에 있었던 여러 의미 있는 경험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후에 나의 가장 거대한 정신적 멘토와 롤모델로 자리 잡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마주한 일이었다." "정말 외람된 소망이었지만, 그날 나는 거듭 그 분 같은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118쪽에 기술된 장덕천 시장의 포부는 이렇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행복을 누리게 하기 위한 노력이고, 진정한 평등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서만 구현된다."


이제 이 책에서 걷어내면 좋을 문장들을 짚어보자. 46쪽 표현이다. "나로서는 순수한 정의감 차원에서 한 일이었으나 반향은 엄청하게 컸다." "맹세컨대 그 당시에는 순수한 정의감에서 그런 것이지 결코 계산된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정의감의 순도 여부는 관객이 파악하는 것이다. 67쪽 표현이다. "나는 공식 선거운동원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선거운동원도 그렇게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끝내야한다. 172쪽 "그 유명한 칠종칠금의 고사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같은 표현은 자칫 지적 우월감이나 오만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말은 생각의 무늬요, 태도가 곧 본질'이다.


나는 정치인이 쓴 책은 가능한 그 사람들이 권력에서 멀어져 있을 때 읽는 편이다. 그래야 정치인을 종교인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장덕천 시장은 시장 이상의 꿈을 가지고 있다.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구절을 여럿 인용하고,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대통령을 틈틈이 불러낸다. 하지만 이 책에 한정해서 판단하면, 아직 그만한 인물은 안 되는 것 같다. 28쪽에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문장이 있다. "높은 이상을 가슴에 품고 있더라도 (…) 항상 국민과 보폭을 맞춰 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앞서더라도 한 발짝 정도여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던 것이다." 오독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 발짝'이 아닌 '반걸음'을 강조했다.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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