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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22. 2022

최문순, <당신은 귀한 사람>.

강원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문순. 2011 4월부터 강원도지사 직을 시작해 내리 3선을  정치인. 2022 6 30일에 강원도지사에서 퇴임하는 전직 MBC 기자.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아마 민주당 전당대회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배  명과 함께 현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를  선배가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했고, 그는 환한 얼굴로 화답을 했다. 그는 처음보는 내게 자신의 명함  장을 넸고, 나는 택시 뒷자리에서 명함에 박힌 글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름  글자와 휴대전화번호 말고는 적힌  없었다.  신선했다.


2021년 7월, 우리 식구가 제주도에서 생활을 할 때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TV에서 보게 되었다.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예비 경선 TV 토론회가 방영되고 있었고, 그는 예전처럼 자신의 스타일대로 출마의 변을 이야기했다. 예의를 갖춰 상대 후보들에게 질문을 했고, 때로는 강한 어조로 말을 자주 바꾸던 후보를 질타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었지만 나는 그를 응원했다. 예상대로 그는 예비 경선에서 탈락했고, 다시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말과 함께 강원도청으로 돌아갔다.


2021년 8월, 제주도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그가 예비 경선 직전인 2021년 6월에 쓴 <당신은 귀한 사람>을 읽었다. 서문에서 밝힌 포부에는 깊이가 있었고, 본론에서 이어나간 논거들에는 철학이 있었다. '인간이 존엄한 나라를 꿈꾼다'는 확실한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대한민국이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었다. 기후 위기와 빈부 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간존엄은 내내 요원하다는 말을 했다. 비록 결론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지만, 선거철에 임박해 책을 냈으리라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2022년 6월 하순, 그가 쓴 책을 부분부분 다시 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문장 만큼은 훌륭하다. "생각이 체계화되면 사상이 되고 시대를 뛰어넘으면 철학이 됩니다. 철학이 밖으로 드러나면 행동이 됩니다. 행동이 모이면 혁명이 됩니다. 특히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이 시급합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도 역시 당신을 귀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당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정치의 도구가 아닙니다. 권력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는 그가 2022년 7월 1일부터 무엇을 할 지 참 궁금하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정치를 할 지 고향에서 촌부로 살아갈 지 아니면 못다 쓴 책을 완결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한국 정치사에서 꽤 독특한 이력을 남긴 사람이다. 방송국에서 노조 활동을 했고, 그 회사의 사장이 됐고, 국회의원을 거쳐 휴전선 아래 거대한 자치단체를 11년간 이끌었다. 내가 그를 이해하는 창은 그가 쓴 책 한 권과 그와 잠깐 만난 5분의 시간이 전부이지만, 그는 왠지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아무쪼록 임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푹 쉬면서 살이나 좀 찌우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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