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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24. 2022

<손미나의 나의 첫 외국어 수업>.

선택, 순례.

<손미나의 나의 첫 외국어 수업>을 읽었다. 책 앞날개에 따르면, 손미나 작가는 현재 한국어를 제외하고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한다. 그에게 언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을 하기 위해 정해 놓은 약속"이며, 그에게 외국어 학습이란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도구이자, "시험 점수나 자격증을 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언어 사용자가 되는" 즐겁고 꾸준한 과정이다. 이 책은 작가 스스로 30년간 배우고 깨달은, "갖은 시행착오" 끝에 익힌 자신의 외국어 공부법을 풀어낸 보고서이다.


그의 노하우는 특별한 게 없었다.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꾸준히 하면 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골고루 학습하고, 잘 안 된다 싶으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된다. 자기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그저 배우고 익히면 된다. 외국어를 잘 하게 되었을 때의 멋진 모습을 틈틈이 생각하면 된다. 그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나 해 온 말이다. 다른 외국어 학습책에도 늘 들어있는 말이다. 특별한 게 있다면, 그의 가족이 1년간 미국에 머무를 당시 그의 부친께서 그에게 당부한 몇 가지 말씀이다.


"서울에 돌아가 입시 공부하는 게 두려우면 지금이라도 말하거라. 1년 정도 더 있다 귀국하면 특채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도 좋다. 어떻게 하겠니? 네 인생이니 네가 선택하는 게 맞다." 딸은 귀국을 택했다. 그가 대학에 진학할 때의 일이다. "이제 스무 살이 된 너는 경험이 부족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소신을 갖기 힘드니 언제든지, 또 몇 번이고 꿈이 바뀔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외국어 전공은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어떤 일을 하든 비밀병기처럼 쓰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2016 1월이었다. 2015 작품 <페루,  영혼에 바람이 분다>였고,  부친은 2015 12월부터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페루에서 가장 고도가 높다는" 파타팜파 고지를 넘고 시간이 얼마간 흘렀을 , 영적인 동물 콘도르가 협곡 위를 유유히 비상했다. 작가는 콘도르를 보며 선친을 떠올렸다. "딸아, 괜찮다. 두려워 말거라. 아빠는 이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있단다. 네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이렇게 하늘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니. 안심해라. 우리는  함께 있다."  선친은 1년을   넘기고 하직했다.


손미나 작가는 요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벗들과 함께 걷고 있다고 한다. 올해 출간된 마녀체력 이영미 작가의 <걷기의 말들>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순례길은 내 안위보다 타인을 위한 기도가 우선이란다. 신의 가호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빌어 주는 그 마음이 고통을 이기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인용한 다비드 르 브르통의 <느리게 걷는 즐거움> 한 대목은 이렇다. "걷기는 언제나 부재하는 이들에 대한 오랜 기도이고, 유령들과의 부단한 대화이다." 그의 외국어 수업에서 소중한 걸 얻었다. 그의 순례길이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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