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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1. 2022

존 우드, <히말라야 도서관>.

작은 행복. 

지리산 학교를 다룬 경남도민일보 최석환 기자의 2022년 6월 13일자 기사를 읽었다. 제목은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향기 더하는 지리산 자락'이며, '문화공동체를 찾아'라는 기획 시리즈의 9번째 글이다. 기사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2009년 5월, 하동 악양면 최참판댁 인근 주택(하평길 39-8)에서 지리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역 예술인들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그림, 기타 연주, 숲길 걷기, 글쓰기 등 생활문화 관련 수업을 가르치는 곳이다. 13년째 10여 개 반을 개설해 수강생을 받아왔다."


이 지리산 학교를 만든 사람은 <샘이 깊은 물> 등 3개 회사에서 16년 동안 사진기자 일을 한 이창수 대표교사라고 하며, 기자의 어떤 질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하동에서 차를 만들고 싶어서 내려오게 된 뒤로 10년 정도는 농사만 지었어요. 어느 날 지인들과 술 마시고 놀다가, 지역 사람들이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조그마한 학교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말이 학교지 그냥 문화센터 같은 거지. 큰 뜻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지리산 학교는 지역 내 문화예술 놀이터입니다."


이창수 교사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얼마만큼 누릴 수 있느냐, 그런 방편으로 문화 예술이 있는 건데, 물질에 치이지 않고 디지털 문화에 치이지 아니한 것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나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 틀을 만들고 싶은 거지. 여기서 많은 사람과 진심을 나눴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작은 행복을 공유하고 싶고 그런 걸 추구할 겁니다. 오랜만에 보더라도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게 사는 행복 아닐까요?"


나는 이 기사에서, 이창수 대표교사가 학교를 언급하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는 학교를 "지역 내 문화예술 놀이터"라고 했다. "말이 학교지 그냥 문화센터 같은" 것이고, 애초에 "큰 뜻이 있던 것도" 아닌 상태에서 "지인들과 술 마시고 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만든 게 지리산 학교라고 했다.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홀가분한 자세인가. 그는 동료 교사들과의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교장이라는 직함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태도가 꾸준히 유지되는 게 이 학교의 관건이 되겠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나서 2013년 1월에 읽었던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을 다시 살펴봤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중국 지역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있다가, 네팔 트래킹을 계기로 비영리재단 룸투리드(Rood to Read)를 설립한 존 우드의 2006년 작품이다. 다시 읽어보니 그새 나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고, 지리산 학교와 룸투리드의 방향도 많이 다르지만 넓게 보니 그 지향점은 모두 비슷해보인다. 중요한 건 행복이다. 행복하려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배워야한다. 또한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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